한국일보

여성의 창 / 강소연(합창단 지휘자)

2010-10-01 (금)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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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망의 빛

산타크루즈에서 산호세 가는 17번 도로는 참 재미있다.
굽이치는 길을 따라 우거진 나무들이 만들어 놓은 깊은 그늘이며, 빽빽이 들어선 숲에 가려졌다가 산 정상에서 갑자기 트여진 시야에 나타나는 하늘이며, 앞서가는 차가 장난감차로 보일만큼 높게 단체로 쭉 뻗은 나무들이 늘 다니는 길을 지루하지 않게 해준다. 더 재미있는 건, 17번 도로 외에는 달리 다른 길로 돌아올 길이 없어 한번 정체되면 순순히 운명에 맡기듯 막힘 속에서 평안을 찾아야하는 것이다.

지난 주중에 교회에서 하는 세미나에 참석하기위해 여느 때처럼 시간을 계산하고 나오는데 산길로 들어서는 초입부터 예상치 않게 막히기 시작했다. 사고 아니면 공사 중인데, 얼마나 걸릴지 몰라 막막하기만 했다. 하염없이 막혀서 아이들 픽업시간에 맞춰 돌아와야 하기 때문에 포기하고 되돌아 가야하나 아니면 잠시 지체일 테니 인내하고 가던 길을 계속 가야하나 하고 갈등을 하며 가는데, 저기 멀리서 빨강 파랑 불빛이 보이는 거였다. 이유가 있는 막힘이었고, 또 끝이 있다고 생각하니, 견딜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왜냐하면 불빛이 보였기에…

나 또한 살다가 아무리 분명한 목표를 향해 열정을 갖고 가더라도, 예상치 않은 걸림돌을 만나 계획보다 지체가 되면, 포기를 할까 하고 고민을 할 때가 있다. 그러다가 조그마한 긍정의 불빛을 보는 순간 소망을 갖고 인내할 수 있는 힘을 얻곤 한다.
바로 지난 주일날 같은 경험을 했다.

한 달 전, 교회에서 지휘하는 초등부 찬양대에24명의 새로운 아이들이 들어와서 기존에 있는 아이들 수와 엇비슷한 비율을 이루게 됐다. 첫 연습때, 바로 앉고 서는 것부터 그리고 기본적인 발성부터 연습하는데, 정말이지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는 느낌이라 앞이 막막했다. 다시 태어나는 찬양대 같아서 갈 길이 너무 먼 것처럼 느껴졌다. 54명의 아이들과 연습이 끝나면 힘들다는 소리가 절로 나왔는데, 지난 주일날 소망의 빛을 보았다. 겨우 네 번의 연습 만에 아이들이 점점 하나의 단체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입만 벌리는 게 아니라 제법 소리도 아름답게 나오기 시작했다. 아…. 또 이렇게 기다려 주면 되는 거구나…하는 아주 당연한 인내의 진리를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바른 길로 들어선 소망의 빛이 보인다면 결과를 빨리 보려는 조급증은 내려놓고 지체된 과정 또한 즐길 수 있는 여유를 가져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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