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의 창 / 이선자

2010-09-08 (수)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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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지개의 꿈

어느 말끔히 비가 개인 오후, 산라몬(San Ramon) 언덕 위에 쌍무지개가 뜬 것을 보았다. 어린 시절에 가끔은 한국에서 무지개를 본 기억이 있지만 쌍무지개를 본 적은 처음이었다. 한국에서는 더 이상 무지개를 보기가 힘들다고 하는데 미국은 공기가 깨끗해서 그런지 환상의 스팩트럼 현상을 가끔 보여주곤 한다. 그래도 쌍으로 무지개가 걸린 것은 사진으로만 보았는데 생애 처음 본 광경이 너무나 아름다워 저절로 탄성이 나왔다. 여우가 변덕이 심한 동물이라 화창한 날에 변덕스럽게 잠깐 오는 비를 여우비라고 하듯이 일곱 빛깔의 곱고 오묘한 빛은 여우비의 마지막 선율처럼 느껴졌다.

영국의 로세티(C.Rossetti)란 여류시인은 (1830-1894) “보트나 배보다는 구름이 아름답고 강위의 놓여진 다리는 아주 멋지고 아름답지만 하늘 높이 다리를 이루고 나무들 위에 우뚝 솟아 하늘과 땅에 걸린 무지개는 그것들 보다 더 아름답다”고 읊었듯이 내가 처음 본 쌍무지개는 무엇이라 형용하기 어려울 정도로 신비롭고 아름다웠다.

무지개에 얽힌 이야기들이 많다. 빛의 변화에 따른 색상이 주는 오묘함에 의해 그런지 주로 희망의 뜻으로 인식이 된다. 가령 무지개를 본 날은 무엇인가 좋은 일이 생길것만 같은 그런 분위기에 빠지게 된다.


성경에서도 무지개는 하나님이 인간에게 주는 선하고 은혜로운 약속의 증거이기도 하다. 아일랜드에서는 무지개 끝자락이 닿는 땅을 찾으면 황금을 갖게 된다는 전설이 있는 것처럼 우리에게 다가오는 미래에 대한 희망의 상상력을 주곤 한다.

한때 나는 남부럽지 않을 만큼 재산을 모은 적도 있었다. 그러나 몇번의 사업실패가 계속되자 내가 손에 쥐었던 모든 물질은 손바닥을 빠져나가는 모래처럼 사라져버렸다. 그러나 워낙 긍정적이고 낙천적인 성격을 가진 나는 결코 실망하지 않고 칠전팔기 오뚜기처럼 다시 설 날을 기다리며 살아간다. 꿈과 희망을 품지않고 살아간다는 것은 스스로에게도 얼마나 어리석은 것인지 알고 있기 때문이다. 꿈과 희망을 가지고 사는 사람은 생명까지도 연장시킨다는데, 희망은 모든 것을 이루워주는 원동력임을 알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은 의사가 되는 꿈을 안고, 또 어떤 사람은 화가나 운동선수의 꿈으로 매일 매일 열심히 노력하면 안될 일이 없다고 본다.

비 그친 어느 날, 땅과 하늘 사이에 장엄하게 걸려있는 무지개를 바라보듯이 나는 희망과 함께 새벽을 열며 일터로 씩씩하게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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