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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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가 이형숙의 실크로드를 가다 <12> 난샹 초원

2010-08-27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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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목민 터전 ‘울창한 나무·푸르른 초원’

소·양 치며 우유·요구르트 많이 먹어
땅에 굴 파 훈제고기와 야채 저장 풍습
‘여르트’ 천막집에 옛 생활모습 고스란히


난샹(남산)초원은 우루무치에서 75km 자동차로 약 2시간 남쪽에 있는 카작 유목민이 사는 곳이다.

산에는 소나무가 울창하고 초원에는 푸른 풀과 야생화들로 뒤덮여 아름답다고 한다.


아주 예전에 카작 유목민들은 전 가족이 자기들의 소유인 가축들과 함께 풀이 있는 곳으로 옮겨 다니며 살았다. 그러다가 아이들과 여자, 그리고 노인들은 집에 남겨놓고 남자들만이 목초가 있는 곳으로 양을 비롯하여 가축들을 데리고 다니며 방목을 했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은 아예 풀이 많은 곳에 자리를 잡고 살며 농사도 하고 방목도 하는 카작인들이 늘어 간다고 한다.

부모들의 주선으로 결혼을 하는 중매결혼 풍습이 있고, 첫날밤은 꼭 신랑의 어머니, 즉 시어머니가 신혼부부와 함께 보낸다고 한다. 혹여 일어나는 사고를 수습하려 함일까?

이들은 양고기를 주로 먹는데 요리 방법으로는 굽거나 카밥(kabob)으로 해 먹거나 훈제를 해서 저장하여 오랫동안 먹을 수 있게 하고, 또한 우유와 요구트르(yogurt)를 많이 먹는다.

땅 속에 굴을 만들어 야채나 훈제한 고기를 저장하는 풍습은 냉장고가 없는 이들에게는 너무나 현명한 보관 방법일 것이다.

내가 어렸을 때 우리네도 겨울에 땅을 파서 구덩이를 만들어 그 곳에 겨울엔 귀한 그러나 많이 먹는 야채인 배추, 무, 파 등을 보관했던 것을 기억한다. 일종의 냉장고 같은 역할을 했을 테니 말이다.

아이를 낳으면 남녀를 막론하고 아주 어린 나이부터 말 타는 법을 가르쳐 4~5세만 되면 벌써 말을 타고 또 말을 잘 다룬다고 한다. 이들의 일상생활이 말과 밀접하여 마치 말은 가족 같으며 집 재산 일호로 손꼽힌다.


약 10년 전부터 이곳에 스키장을 개설하여 많은 스키어들이 찾아오므로 관광산업에 서서히 눈을 뜨기 시작하였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목축업에 종사하고 있다.

어제 우루무치에는 비가 왔는데, 이곳에는 눈이 왔단다. 그래서 산이나 들이 온통 하얗게 눈으로 덮여 있었다.

우리가 이곳에 도착했을 때는 점심시간이 훌쩍 지난 다음이여서인지 눈이 와서인지 몰라도 우리들 외의 다른 관광객이 없었다. 길에 눈이 많이 쌓여 위험하기 때문에 안전하게 소가 끄는 달구지를 타고 폭포까지 가려고 하였는데 인원이 적어 소달구지는 가지 않는다고 하여 하는 수없이 말을 타기로 하였다.

말들이 서 있는 곳으로 가니 서로 자기 말을 타라고 한다. 말채찍을 내밀 때 그 채찍을 잡으면 채찍을 가진 사람의 말을 타게 되는 습관이 있는지 샨샨이가 잡은 말채찍의 주인들이 각기 자기 말을 가지고 왔다.

말몰이와 함께 말을 타고 산으로 올라갔다. 높은 산이 병풍처럼 서 있고 얼음 밑으로 물 흐르는 소리가 들린다. 말몰이 총각의 구성진 카작 노래는 음이 간단해 금세 따라 불을 수 있었다.

눈이 없었다면 더 아름다울지는 모르지만 하얗게 눈 덮인 산도 옆에 흐르는 물도 모두 정겹게 느껴진다. 약 한 시간 반 정도 올라갔지만 너무나 눈이 많이 와서 폭포까지 가는 것을 포기하고 내려오기로 했다.

그리고 여르트(yurt)라 불리는 그들의 천막집으로 안내되어 그들의 집 구경, 사는 모습과 여르트 벽에 걸어 놓은 여자들의 전통의상도 볼 수 있었다. 부엌과 카펫으로 덮은 침상이 다 이 천막집인 여르트 속에 있었다.

이 집 주인 여인은 몸이 아파 보이는 남편, 어린 두 아들과 함께 이 여트에서 살고 있었다. 이 집의 모든 생계는 모두 이 여인의 두 어깨에 매달려 있어 보였다.

스토브 위에서 끓고 있는 주전자 물로 차를 타서 대접한다. 차 향기가 은은하다. 한 모금 마시니 얼었던 몸이 사르르 녹는 듯하다.

아직 어려 보이는데 두 아이의 엄마란다. 마치 딸 같은 생각이 들어 괜히 가슴이 ‘찡’한다.

“여자는 약하지만 어머니는 강하다”라는 말이 생각난다.

씩씩하게 보이려는 가녀린 그 여인의 강인함?

새빨간 두뺨, 해맑은 눈, 웃음을 짓지 않는 동그란 얼굴의 여인…

나는 그 집안에서 또 다른 카작 여인들의 억새풀 같은 삶을 엿볼 수 있었다.


유목민들의 전통 거주시설 여르트. 자주 자리를 옮겨 다녀야 하는 생활특성 때문에 이 천막집은 이들에게 매우 유용하다.


유목민의 터전이었던 남산은 수려한 자연환경으로 스키장 개발 등 관광산업이 산업화가 진행되고 있다. 소나무 숲과 눈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한 카작 유목민 가족. 자연에 의존하는 넉넉지 않은 삶이지만 강인한 생활력으로 살아간다. 필자(오른쪽 두번째)가 전통의상을 입고 앉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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