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창] ‘안개’
2010-06-20 (일) 12:00:00
언젠가 이곳을 방문한 가까운이가 있었다. 그 날은 춥고 스산한 샌프란시스코 날씨가 유독 심한 기승을 부리는 그런 을씨년스러운 날씨였다. 온 도시가 회색 빛이다 싶은 그날, 그분은 왜 여름이 이렇게 추우냐고 따지듯 물어왔다. 물론 이분만이 아니다. 일찍이 마크 트웨인이 말했듯이 트웨인 그 자신이 경험한 가장 추운 겨울이 샌프란시스코 의 여름이었다라는 이야기를 그분에게 들려주며 변명 아닌 설명을 길게 했어야 했다.
오늘도 날씨가 을씨년스럽다. 여름인데도 겨울 옷이 언제나 옷장에 걸려 있어야만 한다. 언제 두꺼운 옷을 입어야 할지 모르니까… 바다의 색깔도 회색이고 하늘빛도 회색 이다. 그렇게 아름다운 바다도 볼 수가 없으니 온 도시가 우울한 것 같이 느껴진다. 이러한 회색무드의 원인 제공자는 물론 샌프란시스코의 안개이다. 어스름 안개가 자욱이 덮인 아침 시간은 흰 솜 구름 같은 안개가 몰려오는 오후 시간으로 매일 반복되는 순서를 이어간다.
가끔씩 외부에서 오신 분들은 이런 을씨년스러운 날씨에 마음 고생, 몸 고생이 많겠다고 위로들을 해 주신다. 그런데 나는 이 말이 조금도 실감나지 않는다. 더운 것보다 시원한 날씨가 더 좋고 또 언젠가는 화창한 날씨가 돌아 올 것을 알고 있으니까. 내일일까? 모래일까? 이렇게 기다리며 사는 것이 조금도 어렵지 않은 것이다.
언제나 만족한 삶 만이 있었던가? 부족하고 불만스럽고, 그러다가도 안개가 걷힌 화창한 날 같은 삶이 돌아 오는 것이다. 오히려 이렇게 춥고 을씨년스러운 날은 베버의 ‘마탄의 사수’ 중에서 나오는 ‘아가테의 영창’을 조용히 들어본다. "구름이 태양을 가릴 지라도 태양은 하늘에 빛나네. 신의 마음은 언제나 변함 없으리…”
감사하며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말로만 감사하다 라고 하기가 쉽다. 진한 구름 같은 안개가 걷힌 화창한 날에는 모든 일이 더 상쾌하게 된다. 정말 감사함이 느껴진다. 이 상쾌한 기분, ‘안개’ 때문이겠지.
그 안개가 몇 날을 춥고 우울하게 만들었기에 이 화창한 날씨가 더욱 반갑고 고마운 것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