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의 창 / 이정순(코인 북가주지회장)

2010-05-28 (금)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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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들을 생각하며

아들이 보내준 옷을 입고 행복한 나날을 보냈었다. 서울에 있는 아들로부터 받은 생일 선물
이였기 때문이다. 자식이란 이런 것인가 보다. 조금만 신경을 써주어도 행복해지는 관계.
20년이 넘도록 키우고 교육시키고 했건만 내가 한 것은 당연한 것이고, 아들이 보내준 옷 몇 벌에
이렇게 행복할 수가 없다. 그런데 이 옷 저 옷을 입으며 아들 덕에 행복한 나날을 보내는 중에
부모님 생각이 났다. 따라서 회한에 잠기며 죄송함에 서글프기도 했다. 생전에 좀더 잘 해드리지
못한 것에 대한 마음과 내 자식으로 인해 행복한 마음이 교차되고 있었다. 물론 나는 자식들에게
도 미안한 것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한인회장, 평통회장등을 하면서 자식들과 시간을 많이 보내지 못했다. 엄마의 보살핌이 필요했던
시기에 한인사회에 봉사라는 미명아래 많은 시간을 밖에서 보냈기 때문이다. 다행이 아들과 딸 둘
다 잘 자라 주었고 지금은 오히려 나를 보살펴 주고 있다.
아무튼 아들이 보낸 생일 선물로 인해 부모님 생각을 하며 회한에 젖기도 했지만 사순절 시기였기
때문일까? 마음이 이웃으로 움직이기도 했던 따뜻한 시간들도 향유할 수 있었다. 이웃 어른들을
내 부모님같이 섬기는 길이 부모님께 향한 죄스러움을 조금이나마 보상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사순절을 보내기로 했다.
이토록 아름다운 샌프란시스코에서 30여년을 살아온 것, 내가 몸 담은 한인사회의 어른들이 지키고
있는 이곳의 삶은, 축복 중에 축복이었다. 이 은총의 삶에 감사하는 것 역시 이웃을 사랑으로
품는 것이라는 생각하게 되었다. 소중한 이웃들과 함께하는 삶은 그리스도의 부활을 통하여 이
땅에 영원한 생명의 양식을 나누는 평화의 상징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렇게 아들이 보내준 생일 선물들은 가정의 평온으로 가슴 가득히 차오르니 이번 사순절은 특별히
삶을 돌아보게 했다. 행복할 때 주위를 돌아보는 것이 바람직한 삶의 질이라고 생각해 온
나였기에 이래 저래 아들이 고맙기만 하다. 하여, 아들로 인해 행복했던 시간들은 부모님께 향한
회한을 넘어 이웃을 생각 하게 만든 귀한 순간 들 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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