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작은 수첩

2010-05-27 (목)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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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미 호갠 메릴랜드

지난해 여름이었나 보다. 밥 얼릭 주지사 내외와 그의 부모님을 저녁에 초대했다. 가족들이 들어오는데 밥 얼릭 아버님께서 나에게 갑자기 무엇을 주시면서 “유미! 이것은 내가 한국 전쟁에 갔을 때 사용했던 것인데 이제 너에게 주고 싶다”하시면서 내놓은 것은 조그마한 책이었다.
그것은 4개 국어로 만들어진 조그마한 사전이었다. 한국, 중국 일본, 러시아 언어를 해석한 사전이라 하면 되겠다. 60년전 전쟁당시 비상시 잠깐 급하게 쓸 수 있게 만든 것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요즈음 맞춤법과는 많이 다르게 해석되어 있다.
어쨌든 그것을 받는 순간 나는 그만, 눈물이 나왔다. 60년 동안이나 간직한 추억이 담긴 귀중한 사전을 나에게 주셨고 또한 그 동안 얼마나 이사를 많이 하셨을 터인데, 버리지도 않고 기나긴 세월 동안 간직하다가 한국인인 나에게 주시는가를 생각하니 울컥 감정을 감출 수가 없었다.
이 분이 20세에 미군 용사로 한국전쟁에 참여하셨는데 지금은 80세 노인이 되어 한국에 가보고 싶은 생각이 있었으나 아들이 주지사에 떨어져서 이제 갈 길이 없구나 하고 전하여 줄 사람은 나라고 생각 하신 것 같았다.
그 후 2달쯤 지나서 당시 권태면 워싱턴총영사께서 나에게 연락이 왔다. 밥 얼릭 주지사 아버님께서 미군 참전용사 들과 한국에 다녀오실 좋은 기회인데 정부에서 호텔을 부담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래서 그의 부모님을 모시고 밥 얼릭 주지사가 한국을 다녀왔다. 그 후 그와 부모님께서는 너무나도 기뻐하셨다.
그러면서 전쟁의 이야기를 아들에게 수없이 들려주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때를 회상하면서 같이 살아 돌아오지 못한 동료들 때문에 눈물을 적신 적이 많았다고 한다.
그래서 나는 6.25 전쟁 60주년인 올해를 뜻깊게 생각하고 이제는 80-90세를 맞는 참전용사들이 아직 거동을 하실 때 이분들을 초대하여 우리들의 고마움을 전달하고 또, 그들은 그때를 회상하는 이벤트를 생각하게 되었다.
내가 이사로 있는 워싱턴 쏠로이스트 앙상블을 통하여 우리가 음악으로 그분들에게 감사를 전할 수 있게 있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감사와 위로의 이벤트를 만들리라 하고 1년 반전부터 구상을 하여 김영수 지휘자, 길종언 단장, 그리고 정재훈 이사장과 이사분들과 의견을 나누며 음악회를 하기로 결정하고 우리는 과감히 나아가기로 하였다.
드디어 6월19일 조지메이슨대 콘서트 홀로 공연날짜와 장소가 결정됐다. 많은 분들께서 우리와 같은 뜻으로 힘을 모아주시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다.
워싱턴 솔로이스트가 혼자 감당하기는 너무 힘든 행사라 생각이 된다. 많은 단체와 교포들이 우리의 뜻을 그분들에게 전하는데 동참하여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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