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정치인의 성찰, 노무현의 후회

2010-05-26 (수)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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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낸시와 점심을 하였다. 가난한 중국이민자의 딸로 스텐포드를 나왔고, 가난한 이웃을 돕는 일을 한다. 그녀의 남편도 저소득층을 지원하는 일을 하는데 영어를 못하는 멕시칸 홀어머니 밑에서 자랐다. 둘은 대학에서 만났다. 친구에게 혹 정치를 해 볼 생각이 있는지 물었다.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언성을 높였다. ‘세상에서 제일 천한 직업을 하라고? 누구에게나 관심 있는 척 해야 하고, 정신병자 같은 생각도 들어줘야 하는데?’ 나는 정치는 타협과 거래라고 생각하기에 똑똑한 낸시가 다양한 소수자를 위한 거래를 잘 할 꺼 같아 한 말이었다. 낸시는 제 정신으론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나 보다.

그 날 한국 뉴스에 노무현 대통령 추모 기사가 나왔다. 그 중 분향소에서 취재된 심상정 경기도지사 후보의 말이 낸시의 생각을 밀어주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해서 여러 가지 평가가 있겠지만 퇴임 후 자신의 과오에 대해 진심으로 성찰하는 용기를 보여주었다는 말이다.

아직도 노대통령하면 노태우 전대통령이 떠올려지는 내게 그에 대한 기억은 별로 없다. 하지만 성찰이라는 말에서는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그가 후회한다고 말했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울렸었다. 그 이유를 오늘 알았다. 자기 생각으로 돌아온 깊게 여러 번 담금질한 정치인의 반성을 처음 들었기 때문이다.

얼마 전 “달라이라마의 용서” 저자인 빅터 첸과 인터뷰를 했다. 세계 평화정상 회담을 여는 캐나다 달라이라마 센터 감독이다. 섭외를 할 때도 인도 다람살라에서 달라이라마와 산책을 하였다고 했다. 그에게 노무현 대통령의 후회 한 토막을 전했다. 한국의 대통령이 죽기 전에 쓴 회고록에 재임기간 중 외세에 눌려 달라이라마 예방을 허락하지 못한 것을 후회하였다고 말해 주었다. 그의 목에서 낮은 탄성이 나왔다. 꼭 달라이라마 성하께 전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리고 한국인을 비롯한 아시안들을 위한 화합의 장을 기획하겠다며 보다 한국에 한 발 다가서 주었다. 한 사람의 고백, 한 정치인의 성찰은 용기이다. 그 용기는 많은 것을 녹여준다. 의심과 불신으로 얼어가는 한국을 녹이는 일도 담화나 발표, 연설이 아니라 고백뿐이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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