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학년 때 1 번이었던 딸 아이가 상위권 키재기 번호로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인이 된다. 수줍고 겁 많아 사람들 앞에서 제대로 말도 못하던 아이가 이제는 나를 데리고 다닌다. 졸업을 하는 딸에게 어떤 말을 해주고 싶냐는 질문을 받았다. 내 마음 속에 떠오른 것은 푸른 하늘과 풍선, 그리고 높이 던져진 학사모였다. 그래 넓은 세상으로 나가라!
캐나다, 한국, 그리고 미국에서 자란 아이다. 언어적, 문화적으로 다른 환경에 적응하느라 많은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다. 딸아이가 중고등학교 다닐 때 많은 갈등과 충돌이 있었다. 이유 중의 하나는 딸아이의 국적불명의 행동을 내가 이해하지 못하였던 것이다. 대학에 들어간 딸아이는 서서히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해갔고 , 다른 문화와 인종과 함께 하는 가운데 한국인으로의 자신을 자랑스럽게 받아들였다. 필요에 따라 캐나다, 한국, 미국 중 소속국가를 바꿀 수 있어 좋다고 딸 아이는 농담을 하곤 한다.
사람 사는 얘기 듣기를 좋아하는 아이다. 한국의 가난했던 시절얘기 듣기를 좋아하며, 또한 오렌지카운티 리얼와이프를 즐겨본다. 다문화, 다민족 속에 살면서 얻어진 다른 삶에 대한 관심과 이해, 그리고 동참함이 날로 더 하기를 바란다. 성공한 자의 삶도 실패한 자의 삶도, 존경을 받는자의 삶도 천대를 받는 자의 삶도, 행복한 자의 삶도 불행한 자의 삶도…. 그 모든 삶이 다 의미가 있기에 세상은 정말 재미있고 멋진 곳이란 것을 체험하기를 바란다.
좋은 신랑 만나서 잘 살아라. 부모님과 친지어른들이 늘 내게 하시던 말씀이다. 여권운동가들에게는 너무나 모욕적인 말로 들릴지 모르나 나는 그 말씀을 듣고 자라온 것을 축복이라 생각한다. 이제 나는 그 축복의 말을 딸아이에게 한다. 그러나 내가 들었던 축복의 말씀과는 다른 의미를 담아 보낸다. 물질적 안정과 풍요를 가져다 줄 남편이 아니라, 더 넓은 세상을 품으며 삶을 즐기는 과정을 함께 할 동반자를 만나기를 기원하는 것이다. 세상은 멋지기는 하나 혼자 가기에는 너무 힘든 곳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