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보다 더 중요한 건 함께 있는 시간이야”
★★★½ (5개만점)
모성을 세련되게 묘사한 앙상블 드라마
모성과 출산과 입양 그리고 미혼모와 아이 키우기 등 어머니와 딸의 탯줄로 이어진 인연과 회한 그리고 궁극적 화해와 용서를 민감하고 세련되게 묘사한 훌륭한 앙상블 드라마다. 제목이 영화의 내용을 그대로 알려 주고 있는데 아이를 낳는 어머니라는 것의 의미와 함께 어머니를 필요로 하는 딸의 존재를 신중하고 통찰력 있으며 또 아름답게 얘기하고 있다.
세 여인의 각기 다른 얘기를 교묘히 교직하면서 끝에 가서 이들의 얘기가 하나로 귀결되는데 여기서 나오는 아이들은 성인과 아이를 비롯해 모두 딸들이다.
한 가지 이상한 것은 나오는 인물들이 백인과 흑인과 히스패닉인데도 인종문제가 한 번도 거론되지 않는 것. 매우 사실적이고 솔직한 영화이어서 그 점이 거슬린다.
여성 위주의 영화이지만 인간 감정과 행동을 밀접하고 설득력 있게 말한 영화여서 모든 성인 남녀가 볼 만한 작품이다.
LA의 노인 요양소에서 물리치료사로 일하는 캐런(아넷 베닝)은 건강이 안 좋은 어머니와 함께 사는데 14세 때 임신한 아기를 포기한 것 때문에 회한 속에 갇혀 산다. 그래서 자기 집을 돌보는 파출부 소피아(엘피디아 카리요)가 데려 오는 어린 딸에 대해서도 노골적으로 반감을 표시한다. 그리고 캐런은 어머니가 사망하면서 더 한층 입맛 쓴 나날을 보낸다.
LA 다운타운의 굴지의 법률회사에 중역으로 취직한 금발미녀 엘리자베스(네이오미 와츠)는 차갑고 매사에 정확한 여자로 모든 일을 자기 뜻대로 해야만 하는 야무진 보스형. 그는 입사하면서 장성한 두 딸을 둔 홀아비인 회사 사장 폴(새뮤얼 L. 잭슨)과 관계를 맺는다. 엘리자베스는 이 관계에서도 자기가 주도권을 행사한다.
케익점을 어머니와 함께 운영하는 루시(케리 워싱턴)는 자기를 사랑하는 남편과 함께 아기를 가지려고 오래 노력했지만 성공하지 못하자 입양을 하기로 결정한다. 아기를 임신한 여자는 20세의 여대생으로 이 여자는 자기 아기를 키울 부모의 자격 조건을 엄격히 따져 루시를 초조하게 만든다.
한편 캐런은 자기에게 호감을 표시하는 동료 직원으로 역시 딸을 둔 파코(지미 스미츠)와 조심스런 관계를 맺기 시작하나 원체 마음 문을 꼭 닫아 건데다가 오매불망 자기가 버린 딸을 그리워 해 둘의 관계가 순탄치가 못하다.
그리고 엘리자베스는 뜻밖에 임신을 하면서 아기를 낳아 혼자 키우기로 결심한다. 한편 루시는 뒤늦게 입양에 대해 회의를 표시하는 남편을 무시하고 혼자라도 아기를 입양하기로 작정한다(남편이 갑자기 화면에서 사라지는 것이 아리송하다). 이런 루시를 물심양면으로 돕는 것이 그의 어머니.
영화는 피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함께 있는 시간이라는 점을 매우 강조하고 있는데 이런 문제들을 놓고 여러 인물들이 대화의 꽃을 피운다. 대사 위주의 성격과 인물 묘사 영화이기도 한데 그런 취지에 맞게 전 배우들이 아주 좋은 연기를 보여 준다. 그 중에서도 찬바람 도는 와츠와 고뇌와 화한에 가득 찬 베닝 및 착 가라 앉은 잭슨의 연기가 돋보인다. 로드리고 가르시아 감독(각본 겸). R. Sony Pictures Classics. 일부 지역.
네이오미 와츠는 자기 회사 사장 새뮤얼 L. 잭슨(왼쪽)과 관계를 맺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