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창 / 안희경(번역작가)
2010-03-31 (수) 12:00:00
아이 유치원 친구인 엘리노어를 내 차에 태웠다. 싱글맘인 엘리노어 엄마가 대학 수업을 들어야 했기 때문이다. 그날 따라 프리웨이가 꽉 막혔길래 오른편으로 공동묘지를 끼고 돌아 나왔다.
한 달 전 할아버지를 여윈 여섯살 엘리노어가 묘지라고 먼저 아는 척을 했다. 우리 아이가 물었다. 누가 사는 데냐고, 드디어 다섯살 여섯 살 아이들이 죽음을 이야기 하게 됐고 죽어서 어디로 갈 것인가 정보를 주고 받더니 내게 묻는다. 죽으면 다 땅 속으로 들어가야 하냐고.
그냥 대답했다. 이 몸의 생명이 다 하면 어떤 사람은 지구 속에 몸을 넣고 쉬기도 하고 어떤 이는 태워서 가루가 되어 공중에 뿌려지기도 한다고. 그럼 공기 속에서 함께 지내다 바람따라 훨훨 날아 간다고. 엘리노어는 자기도 바람따라 소풍가고 싶다 했다.
미국에 와서 아이 낳고 키우면서 어디에 묻혀야 하나 생각했었다. 이미 장기 기증은 했고, 전부터 화장을 해야한다고 마음먹고 있었지만, 아이들한테 좀 아쉬움을 줄 거 같았다. 그러다 우연히 엘에이 근교 태고사에 수목장이 있다는 기사를 보게 돼었다. 그리고 산타 크루즈에 있는 Land of Medicine Buddha의 영가탑을 보며 이 곳도 괜챦겠다 싶었다. 티벳불교 탑에 잠시 있다 바람에 쓸려 가도 좋을 것 같고, 경치 좋은 두 곳 모두 후손들 나들이 장소로 괜챦아 보였기 때문이다.
많은 서구인들이 화장을 한다. 스웨덴의 경우는 90% 이상 화장을 하는 장묘문화가 되었다고 했다. 절친한 나의 멘토인 독실한 장로교인 린다도 본인은 화장을 택했다고 말했다. 기독교 윤리에 반하는 것이 아니냐는 물음에 그보다는 실용적인 공공의 이익을 위한 방식을 택한 것이라 대답 했다.
환한 봄날, 쑥과 냉이가 번져나는 이 봄날에 죽는 자리를 말하는 것이 흥을 깨는 것 같아 미안하다. 그렇지만 갈 자리를 정하고 나면 더 인생을 가뿐히 소풍왔다 가듯 즐길 수 있을 것 같아 꺼내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