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봄이 오던 날

2010-03-19 (금)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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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찬진

봄한테 물어보았습니다.
금년엔 왜 이리 늦게 오냐고
눈이 질투해서
눈한테 물어보았습니다
왜 이렇게 늦게 가냐고
난 네가 좋아서

그 많던 눈이 녹아가는 주말
아들이 차를 집에 두고 나간 날
양지 바른 드라이브웨이 위에 언 물 호스를 녹여
막내 차를 닦았습니다.

물 뿌려 겉의 소금끼는 깨끗이 닦았지만
앞 유리 안쪽은 닦지를 못했습니다.
문을 잠그고 나가는 바람에


아, 그랬구나
지난날 삶이 힘들고, 사는 동안 마음이 무거웠던 것도
내 마음 속에 묻은 때

긴 세월 밤낮으로 문을 두드리시며
내 마음 깨끗하게 해주시려고,
나의 삶 즐겁고 보람되게 해주시려고
기다리시는 그 분,
내 마음 문을 꼭꼭 잠그고 살아왔구나.

푸른 하늘
하얀 낮달이 빙긋이 웃으며 애기해줍니다.
그것을 지금까지 몰랐냐고
그 쉬운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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