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의 창 / 이 에스더(교회음악 사역자)

2010-03-09 (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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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선에서 만난 사람들

강한 자석에 끌려 가듯 나는 지난주 올랜도까지 가게 되었다.
일주일 건강요양 프로그램이 플로리다 올랜도에서 있었기 때문이다.

6개월전 암 수술을 받고 한국에서 회복기간중 이와 비슷한 요양소에서 한달을 지낸적이있다.
나는 그곳에서의 생활을 잊을수가 없다.
요양소에 온 환자들은 절망과 현실거부의 단계를 지나 회복해 보려는 의지가 담긴 사람들만이었다.
항암 치료로 머리카락이 다 빠져 버린 머리에 모자를 쓰고 나타난 사람들,
손발끝이 새파랗게 바뀌고, 얼굴이 까맣게 변해버린 사람들,핏기라곤 없어 금방 주저 않을것 같은 모습, 석달 생존 진단을 받고 온 아저씨, 주머니를 옆구리에 차고 배설물을 비우러 다니는 분들, 배를 쓸어 내리며 소화를 시키려고 안간힘을 쓰는 모습들.....
나도 그중의 한 사람이 되어 그곳에 있었다.

흔출한 키에 잘생긴 젊은 대학생, K대학에 강사로 나가는 능력있는 이십대의 아리따운 아가씨로 부터 시작하여
팔십대에 이르기까지 남여노소 직업고하를 막론하고 원치않는 암이라는 손님을 몸에 갖고 모인 분들이 팔십명이었다.

간단한 눈 인사로 어색한 하루를 지냈으나 자연스럽게 우리는 한 마음이 되어가기 시작했다.
새벽일찍 일어나 체조하고 울창한 숲사이로 트레일을 따라 산책 하므로 하루가 시작되었다.
끼니마다 정성스레 챙겨주는 한솥밥을 먹으며 등산길을 따라 줄지어 밀어주고 당겨주다가
우리는 서로 정이 들고 말았다.
이틀이 지나고 삼일이 지나면서 서로의 아픔을 나누고 서로 위로하다가 부등켜 안고 울기가 일수,
그 사람의 고통을 내 가슴으로 안는 그런 사이가 되어버렸다.
같은 아픔을 가진 사람들과 한달의 생활은 암이라는 것을 겪어보지 않는 형제보다 더 가까움을 느끼기도 했다.
직업과 나이에 관계없이 모두 한 마음이다.
투병에서 이겨야 한다는 암과의 전쟁에 생사를 같이 하는 전우같은 그런 마음이다.

피할수 없으면 즐기라.
암에 신경쓰지 말고 감사하며 즐겁게 살다보면 하나님의 치료하는 광선이 암 세포를 공격하여
건강하게 되리라고 우리는 믿으며 세상이 알지 못하는 행복한 시간들을 보냈다.
건강한 사람들이여! 지금 더 많이 감사하고 더 많이 사랑하며 사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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