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의 창/ 이 에스더(교회음악 사역자)

2010-03-02 (화) 12:00:00
크게 작게

▶ 사십대 마지막 생일날

딸이 차려준 생일상을 받았다. 비록 어슬프게 끓인 미역국이지만 딸의 손가락에서 묻어나온 맛은 어디에서도 맛볼 수 없는 사랑맛이었다. 딸의 정성에 감격하며 아이들과 둘러앉아 생일 노래를 부르고 촛불을 껐다.

며칠 전부터 사십대를 마감하는 생일이 하루하루 다가옴에 마지막 사십대의 자락이라도 잡고 싶은 묘한 마음이 생겼다. 몇일을 남겨놓은 사십대의 몸부림처럼 느껴졌다.

나이가 숫자에 불과하다고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하지만 사십대와 오십대는 무언가 다를 것 같았다. 금방이라도 늙어 버릴 것만 같은 맘이 생겼다.
인생여정의 높은 언덕을 넘어 내리막을 향하는것같은 그런 마음이 자꾸만 생겨 서글퍼기까지 했다.


요즘 한국은 오십대를 오륙도라 한단다. 오십육세까지 퇴직을 안하면 도둑이란다. 즉 젊은 인재들이 줄을지어 기다리고 있으니 좀 비켜 달라는 것이다. 오십이 넘으면 세상으로 말하면 리타이어를 준비해야 하는 실정이라는 사회적 문제를 실감해야 된다는 의미이다.

일선에서 물러나는 리 타이어, 이 단어를 두 낱말로 나누어보면 새로 타이어를 간다는 뜻이다. 오십대를 맞으면서 내인생에 고개를 넘은 듯한 이 시점에 나도 새로운 타이어로 갈아보고 싶다. 그리고 한번 힘차게 달려보련다. 오리지널 타이어로 오십년을 질주해 왔다면 다시 끼운 새 타이어로 또 다시 새로운 수십년을 달려 보련다.

굽이 굽이 넘어왔던 지난 날을 경험삼아 좀더 풍성하게, 좀더 너그럽게, 좀더 이해하고, 좀더 돌아보고, 좀더 베푸는 그런 삶을 살고싶다.
봄, 여름은 잎이 똑 같이 푸르지만 가을은 나무가 가지고 있는 각가지 색체를 뿜어낸다고 했다. 인생의 깊음을 느낄수있는 오십대를 풍성한 가을로 만들어 가고싶다. 지금까지의 삶을 통해 만들어놓은 나만의 색깔을 뿜어 낼 때가 이땐 것 같다. 예쁘게 물든 단풍은 추풍에 휘날려 떨어질때도 아름답듯이 내 마지막도 아름답고 싶다.

내가 하나님께로 돌아가기 위해 이 땅을 하직하는날, 새로끼운 타이어로 정말 의미있는 삶을 살았노라고 말하고 싶다.
누군가가 말하기를 뜨는 해는 힘이 있지만 지는 해는 황홀하게 아름답다고 했던가. 오십부터 시작되는 새로운 삶이 참 아름다웠노라고 말했음 좋겠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