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세종시의 결투 / 폴 손 칼럼

2010-02-24 (수)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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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한인 교회들을 보면 교인들의 거주 지역을 분할하여 이런 목장, 저런 목장으로 부르고 있다. 다른 교회로 떠나지 못하게 목장 울타리에 묶어두려는지, 아니면 오케이 목장의 결투에 다칠까봐 보호하려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쪼록 푸른 초장의 목장이기를 바란다.

오케이 목장의 결투는 미국의 서부 개척 역사에 나오는 가장 유명한 결투로서, 아리조나 구역의 툼스톤 (Tombstone)이라는 곳에서 1881년 10월 26일 오후에 일어난 총격 사건이다. 당일 비록 세명이 총격으로 죽었으나 이 사건에 연관된 친척 친구들의 복수전으로 번져, 이후 육개월 동안 이 동네에서 스무명이 더 죽는 결과를 초래했다.

공교롭게도 이 결투가 일어난 날짜는 1979년 10월 26일, 당시 박 정희 대통령의 시해 사건 날짜와 일치한다. 믿었던 심복이었던 김 재규 당시 중앙 정보부장에 의해 대통령이 시해 당한 이 사건으로 인해 유가족들의 슬픔은 컸으리라. 지난 30년간의 슬픔을 딛고, 박 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는 자신을 따르는 국회의원들 그룹인 속칭 친박계를 이끌고 있다.


박 전대표의 말 한마디에 친박계 의원들은 감히 다른 이야기를 한마디도 내지 못한다. 강한 보스 기질을 나타내는 것은 좋은데, 반대 의견을 들으려고 하지도 않고, 자신의 반대자는 철저히 배격하는 일은 정치인으로서는 바람직하지 않다.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반대 의견도 경청해야한다. 반대자를 배격하기보다는 정치인이라면, 포용하는 모습을 보여야 진정한 정치 지도자가 된다.

요즘 세종시 문제로 친이와 친박, 그리고 기타 세력들이 한국을 시끄럽게 하고 있다. 세종시의 출발은 노무현 당시 대통령 후보가 선거 기간 중 내건 수도이전 공약에서 비롯된 것으로, 노 후보는 대통령에 당선된 후 공약대로 수도이전을 추진했었다. 당시 야당이던 한나라당은 이를 반대했으며, 또 헌법소원을 통해 위헌 판정을 받아 수도이전을 불가능하게 했다. 노 전대통령과 여당은 차선책으로 수도이전 대신 행정 복합 도시 건설을 추진하게되었고, 한나라당 역시 충청도민의 표를 의식하여 이 건설 추진안에는 반대를 않고 행정복합도시 건설법 통과에 합의하여 세종시 안이 태동된 것이다.

후임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당시 한나라당의 이 명박 후보와 박 근혜 후보는 각각 충청권 유세를 하면서 행정복합도시는 자신들이 집권해도 차질없이 추진하겠다고 약속을 했었다. 이 명박 대통령은 올해 들어 행정 복합 도시에 정부 부처가 내려가는 것은 국가 백년 대계를 위해서 좋지않으므로 행정 복합 도시 대신 교육 과학 기업 도시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운찬 총리가 임명되면서, 세종시 변경안을 본격 추진하게 되자 같은 여당 내에서 박근혜 의원과 친박계 의원들은 국민과의 약속과 신뢰를 이유로 이 대통령의 수정안을 반대하고 있다.

이 명박 대통령은 당선 후, 박 근혜 의원을 국정의 동반자라고 공언한 바있다. 적어도 이 수정 계획이 국민에게 알려지기 전에 수차례에 걸쳐 회동하는 모양새라도 갖췄었더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정치는 상업이 아니다. 친이와 친박을 가르는 경계선이 더욱 굵어만 가고있는 마당에, 대통령도 상대를 포용하는 정치력을 보였으면 한다.

원칙을 고수하며 국민의 신뢰를 얻어야한다는 생각도 옳다. 수도를 분할하여 행정 비효율 초래를 막아야한다는 생각도 옳다. 그러나 공통 분모를 찾지못하는 정치인들은 실패한 정치인들이다. 현재의 권력과 미래의 권력이 한판의 결투를 벌리려한다. 결투에서 둘다 이길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하다. 승자는 친이도 친박도 아닌 야당일 것이다. 또 다른 승자는 서양 위스키 마시며, 한국 드라마를 보며 서해안에 장사정포나 쏘아대는 북한의 김 정일일 것이다. 패자는 친이와 친박 그리고 불쌍한 국민들일 것이다.

아무쪼록 성숙한 정치인들이 되어 국민을 위한 타협을 해서, 터무니없이 많은 사람들이 곤경에 빠지는 정치의 오케이 목장 결투는 피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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