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살면서 그리운 것 중 하나는 한국의 버스이다. 무심히 앉아서 내다보는 차창의 풍경, 사람의 풍경, 그리고 그 흔들림. 작년 5월 혼자서 한국을 나가는 바람에 그야말로 실컷 버스를 타봤다. 친구를 만나러 가는 길에, 그리고 공항을 오가는 길에 버스를 타고 거리를, 사람을 구경했다.
아직도 이런 곳이 있었나 싶은 시장 골목도 지나고, 처음보는 외곽 순환도로도 지나갔다. 일산에 있는 백마역에선 이 근처 어디가 화사랑이란 주점이였을까 잠시 추억에 젖어 보기도 했다.아이가 초등학교 2학년 무렵에 여름학교를 보내기가 빠듯해서 방학내내 아이를 데리고 여기 저기 돌아 다닌적이 있었다. 그해 기차를 타고, 버스를 타고 샌프란시스코 일주를 다녔었다.
그렇게 도시를 걸으며, 버스에 흔들리며 아이와 보낸 시간들이 지금 소중한 추억으로 남아 있다. 시간이 되면 다시 해보고 싶은 일중에 하나인데 늘 일에, 시간에, 그리고 이제 아이의 여러 해야할 일들에, 한해 두해 미뤄지기만 하고 있다. 최근 경기가 나빠지면서 샌프란시스코 버스에서 승객이 맞고, 가방을 빼앗기는대도 아무도 도와 주지 않았다는 기사를 접하곤 한다.
당분간은 버스를 타기 힘들겠다 싶었다. 한국의 버스가 그리워진다. 골목 골목을 누비는 마을 버스와, 도시와 도시를 연결해 주는 고속버스들. 시내를 두루 여행시켜주는 시내버스를 타고 그저 창밖을 내다 보며 시간을 흘려 보내는 그런 여유를 갖고 싶다. 해야 하는 일들과 지켜져야 하는 약속들. 밀려드는 청구서와 매 끼니를 걱정해야 하는 일상의 고단함. 이러한 것들에서 벗어나 차창밖으로 지나치는 풍경을 감상하고 기사 아저씨가 데려다 주는대로 몸을 맞길 수 있는 그런 생활. 버스가 그리운 것은 아마도 그런 이유에서가 아닌가 싶다.
아침이면 해야할 일들이 차곡 차곡 머릿속에 떠오르고, 감당이 안될것 같은 날은 한숨부터 나온다. 문득 버스를 타고 싶어 진다. 그저 버스의 흔들림에 몸을 맡기고 무심히 거리를 바라 보고 싶다. 지친 일상을 뒤로 한채 그 작은 여행을 떠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