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의 창 / 구현정(캘리포니아 한의대교수)

2010-01-27 (수)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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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화(菊花)

얼마전 아는 분이 성경 말씀과 꽃 그림이 담긴 예쁜 액자를 주셨다. 가만히 들여다보니 꽃 그림 위에 정성껏 곱게 말린 국화(菊花)가 붙여져 있다. 고풍스런 나무 액자를 난초 옆에 놓아보니 국화와 난이 멋스럽게 어우러지며 집안 분위기를 환하게 밝혀준다. 옛부터 매화, 난초, 대나무와 더불어 사군자(四君子)로 불려오는 국화는 인고(忍苦)의 세월을 이겨낸 성숙하고 아름다운 인격으로 표현되곤 하였다. 가을의 차가운 서리를 맞으면서도 고고(孤高)하게 꽃을 피우는 국화의 모습에서 조상들은 군자의 인품을 떠올린 듯 싶다.

고매(高邁)한 군자의 모습을 지닌 국화는 고려시대 즈음에 우리나라에 전래되었다고 하는데, 고려가요 「동동(動動)」 9월령을 보면, 당시 사람들이 국화전을 부쳐먹고 국화주를 마시던 모습이 있었던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이런 풍습은 중국에서 전해왔다고 하는데, 중국 사람들은 음력 9월 9일인 ‘총양지에(重陽節)’ 때, 국화주를 마시면서 무병장수를 기원했다고 한다.

오래전부터 불로장생의 꽃으로 여겨졌던 국화는 풍열(風熱)을 제거하고, 두통과 눈의 피로를 덜어주는 효능이 있어 한방에서 약재로도 사용되어왔다. 「동의보감」에서는 국화는 눈을 밝게한다고 하였으며, 「방약합편」에서는 어지럼증, 충혈된 눈에 효과가 있다고 하였다. 국화가 들어간 베개를 사용하면 시력에 도움이 된다고도 하고, 술을 마시고 난 후 국화차를 마시면 간을 보호해준다고도 한다. 또한 국화차는 열을 내려주므로 감기에도 도움이 된다. 게다가 정맥류나 동맥경화증에도 이로우며, 스트레스 해소 및 심신을 안정시키는 효능도 있다.

봄에는 국화의 연한 어린 싹으로 나물을 무쳐 먹기도 하고, 여름철에는 잎이 질기므로 튀겨먹기도 하고, 가을에는 꽃으로 술을 담거나 차로 끓여 먹기도 한다. 이처럼 국화는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으며 간단하게 먹거나 마시면서 우리 몸에도 유익하니 오랫동안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아온 것 같다. 쌀쌀한 날씨에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주는 국화차의 고상하고 감미로운 향을 맡으며, 군자의 덕망(德望)을 느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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