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살아가다보면, 예기치 않은 불행을 만나 한동안 그것과 동행하기도 하고, 더러는 죽을 때까지 쭉 함께해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억세게 좋은 운을 타고 난 사람이 아닌 바에야 평생 이것에서 온전히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요…
불의의 사고로 갑작스레 불구의 몸이 되는 경우가 그렇고, 졸지에 사업이 망하는 경우가 그렇고, 몹쓸 병에 걸려 하루아침에 몸져 누워야 하는 경우도 그 중 하나입니다. 이외에도 이런저런 크고 작은 어려움들이 시도때도 없이 우리를 덮치곤 하지만, 그럴때 마다 힘이 들고 괴로울지언정 그 흉칙한 것에 꿀꺽 잡아먹히지 않는 유일한 이유는 가슴 속 가장 밑바닥에 있는 소망때문이라는걸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소망이 있는 사람은 비록 힘은 들지라도 결코 불행하지 않은 법인데, 우린 너무 쉽게 그런 이들을 불쌍히 여기려 듭니다. 사실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은 그들에게 닥친 어려움 그 자체보다도, 주위 사람들의 흘끔거리는 시선과 괜시리 안됐어하는 값싼 동정심이 더 견디기 힘들다는걸 아마 겪어본 사람들은 공감하실겁니다.
개인차가 있긴 하지만, 대체적으로 이 나라 국민 정서 중 귀한 그것 중의 하나가 어려운 이웃을 대하는 천연덕스러움이더군요. 그것은 무관심하다는 의미가 아니라, 너와 내가 다르지 않다는 생각에서 비롯된 의식하지 않는 자연스런 배려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우월감에서 비롯된 섣부른 동정심과 매너리즘에 빠진 지나친 친절이 아니라, 그저 너와 내가 함께 간다는 철저한 동료의식인 겁니다.
제가 일하는 학교에 장애아동 그룹이 있습니다. 첫눈에도 알아볼 수 있는 심한 자폐아와 다운증후군, 그리고 이런저런 장애를 가진 아이들입니다. 그 아이들을 스스럼없이 대하는 보통 아이들의 태도가, 첫날 그 장애 아이들을 흘낏거리던 제겐 솔직히 충격으로 다가왔더랬습니다. 이상한 눈길을 보내는 아이들도 없었고, 괜한 친절로 그들의 열등감을 불러 일으키지도 않았고, 도움이 필요할 때면 결코 방관하지도, 그렇다고 생색내지도 않는 사랑과 관심은 분명 제게 신선한 충격이었죠.
요즘 참 많이들 어렵습니다. 아이들에게서 배운, 티내지 않는 배려를 실천할 때입니다. 하긴 언젠가는 내가 또 그 배려를 돌려 받을 것이기에 티낼 하등의 이유가 없는 것이긴 하지만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