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부모의 교육열

2010-01-19 (화) 12:00:00
크게 작게

▶ 강창욱 /메릴랜드

한국의 부모가 자식의 교육에 열정적으로 관심과 노력을 하는 것을 부인 할 수 없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이러한 교육열을 칭찬하면서 배울 점이라고 했다. 그 열정이 과열하여 “국제 중 보내려 초 6을 들볶고 외교 넣으려고 엄마도 녹초”라는 시사제목까지 나오고 최근에는 ”에듀파파“라는 문자까지도 들었다. 그 뜻은 아빠도 이제는 엄마만큼 열을 갖고 유명한 사학의 교사 이름 정도는 알아두어야 한다는 서울 강남 유행 질환 같다. 입시 전후에는 절간이 엄마들로 꽉 찬다는 말도 들었다. 물론 기도와 기구를 비는 것은 말 할 것도 없다. 점치는 집도 불야성시를 이룬다고 들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우리 어머니도 예외가 아니었다고 본다. 내가 중학교 시험 치르는 날이다. 어머니께서 학교에 함께 가시겠다고 하였다. 어머니가 나 때문에 학교 문전에 가는 일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나는 의아하기도 했지만 어머니의 정성을 이해하지는 못한 것 같다. 시험장을 나오는데 어머니는 전에 없이 나에게 바싹 닥아 오시면서 수심에 찬 표정으로 시험을 잘 쳤냐고 물으셨다.
그때만 해도 자부하는 것이 나의 성격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냥 잘했다고 답을 하니 어머니께서 안타까워하시는 것이 아닌가. 나는 어머니께서 그렇게 불안해하시는 것을 본 적이 없었다. 집으로 돌아오시면서 어머니는 내 손을 꼭 잡고 놓으시지를 아니하셨다. 나는 아직도 영문을 몰라 집에 도착하는 즉시 참다못해 어머니에게 무엇이 잘 못되었느냐고 물었다. 어머니께서는 그의 애걸하는 표정으로 내가 오늘 큰 실수를 하였나보다 하시었다. 나는 영문을 몰랐지만 참고 들었다. 어머니께서 시험치려가는 자식의 배를 든든히 하신다고 특별히 쌀밥에 소고기, 홍합 아닌, 소고기 미역국을 해주셨다.
학교 문 앞에서 우리가 시험 치는 사이에 기다리며 모인 모친 내들끼리 이야기가 오간 모양이었다. 모두가 아들들에게 무었을 해주고 절간에 가서 시주도 많이 하고 특히 그날은 떡을 먹였다는 둥 정성 드린 이야기들이었다고 한다.
우리 어머니도 자랑삼아 특별히 소고기 미역국과 쌀밥 이야기를 하였더니 그 이야기를 들은 부인들이 한 결 같이 눈을 크게 뜨면서 어찌 그럴 수가 있느냐고 대경실색을 하드라는 것이었다. 알고 보니 그날은 모두가 시험에 떡처럼 붙으라고 수험생에게 떡을 먹여야 하는데 하필이면 미끄러져 떨어지라고 미역국을 먹이느냐는 것이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시험에 떨어졌다는 말을 ”미역국 먹었다”고 표현 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제야 나는 어머니의 수심에 찬 표정을 이해 할 수 있었다. 어머니의 걱정을 조금이라도 들어드리는 길은 내가 평소에 하지 않은 말을 하는 것이었다. 별 다른 도리가 없었고 그 때만해도 수심에 찬 어머니가 너무도 안타까워 나는 엄마 나 오늘 보통보다 시험이 훨씬 쉬워서 잘 쳤어요 했다. 위로 한다고 한 말이었지만 어머니는 눈물까지 보이셨다.
만 3일후에 시험 발표가 났다. 물론 어머니께서 그 삼일 간 잠을 설친 것은 당연하다. 나는 합격을 한 것 뿐 아니라 장학금조로 입학금반의 면제 혜택까지 받았다. 어머니의 기쁨은 하늘을 날 것 같았다. 그날 우리 집에서 보기 드문 일이 있었다. 어머니께서 아시는 근처의 부인들을 다 초대하여 냉면 대접을 하셨다. 어머니께서 나는 오늘 부자 된 것 보다 더 좋다고 하시면서 웃음을 감추지 못하셨다. 그때부터 우리 어머니는 더욱 나의 학업을 위하여 정성을 드리는 것이 역력하였다. 물론 조심 하시면서.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