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의 창 / 김인숙(목회자의 아내)

2010-01-04 (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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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시절로 돌아간 새해맞이

호랑이의 해, 경인년을 설래는 마음으로 맞아 본다. 호랑이는 12지간중 가장 멋있는 동물이고 또 나의 띠이기도 하여 새해를 맛는 기분이 어느 해보다 각별하고 기대가 된다. 사는 것에 각박하여 그동안 새해를 별다른 의미없이 맞았지만 2010년은 어린시절을 돌이켜 보며 꿈과 소원을 가지고 맞이해 본다.

내가 어릴 적만해도 새해(물론 구정이지만)를 맞는 준비는 대단했다. 새해 전날은 온 식구가 차례대로 대중 목욕탕에 가서 몇 시간을 보내고 온다. 손톱, 발톱, 머리까지 단정하게 다듬는다.

그리고 무엇보다 제일 신나는 일은 엄마의 손에 이끌리어 함께 시장에 나가 새 옷과 신발을 사는 일이다. 엄마는 1년 동안 자랄 것을 예상하여 항상 넉넉한 사이즈로 사 주신다. 1년에 한번 오는 기회라 어떤 옷을 사주던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지금 생각해도 정초에 저마다 자랑하기 위해, 제 몸에 맞지 않는, 헐렁하기 그지 없는 새 옷과 신을 신고 나와 놀던 아이들의 모습을 기억해 보면 웃음이 절로 난다. 이런 분위기 탓에 어린 마음에도 새해를 맞는 각오는 대단하다. 비록 작심삼일일지언정 거창한 계획을 세워 보기도 한다. 세배돈을 받으며 어른들로부터 듣는 “부모님 말씀 잘 듣고, 공부 잘하고, 훌륭한 사람 되어라” 라는 새해 덕담이 가볍지만은 않다.

그러나 요즘은 한국이나 이곳 미국이나 먹을 것, 입을 것을 걱정하
는 세대가 아니다 보니 새해를 맞는 준비는 우선 외형적인 면에서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그러다 보니 새해를 맞는 기분도 그다지 절실하거나 기다려 지지 않고 그저 또 다른 하루의 시작쯤으로 여긴다.
어린 시절처럼 모두에게 어려웠던 생활 속에서 새해를 맞는 마음은 간절함이 더하다. 2009년은 나에게 뿐만 아니라 모두에게 어느 해보다 어려웠던 해가 아닌가 싶다. 그래서인지 가는 해에 대해 섭섭함도 없고 더 이상 돌아 보고 싶지도 않아 진다. 새 옷, 새 신, 새 생활이 기다려 지듯 설래임으로 새해를 맞고 싶다. 어린시절처럼 구습의 헌 옷을 벗어 버리고, 몸과 마음까지 깨끗게 한 후, 거룩한 새사람을 옷을 입고 새해를 맞이해 본다. (에베소서 4: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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