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저문다. 사랑하는 식솔들과 세모를 보내며 한해를 되돌아본다. 이웃들에게 신세만 지고 보답도 못한 채 또 한해가 간다. 늘 그렇게 마음의 여유 없이 살아온 삶이 미안하고 후회스럽다. 얼마 전, 가까이 마음을 주고 살다가 남가주로 이사간 클라라님 부부가 보내준 글을 보니 새삼 마음에 울림이 크다.
인생살이에 ‘3사’와 ‘3걸’ 과 ‘3기’가 있답니다. ‘3사’는 꼭 해야할 일 3가지. 우선 첫째가 인사입니다. 인사는 내가 먼저 할 때 기쁨이 배나 커진답니다. 둘째는 감사. 감사를 모르는 사람은 불평과 불만의 삶을 영위할 뿐이지요. 셋째는 봉사입니다. 섬기는 일은 섬김을 받는 것보다 더 자유롭고 복된 삶이지요.
’3걸’은 후회로운 일 3가지입니다. 첫째가 ‘잘 할걸’. 부모님이 곁에 계실 때 잘할 걸입니다. 두 번째가 ‘그럴 걸’이지요. 좀 더 나누어줄걸, 좀 더 사랑할 걸, 자주 찾아갈 걸, 아이들에게 좀 더 칭찬해 줄걸 등입니다. 셋째가 ‘참을 걸’이지요. 조금만 참았으면 지금 마음 편할 걸 하는 후회입니다.
’3기’는 특히 늙어 가는 노년의 삶에 필요한 3가지입니다. 첫째가 ‘버리기’. 욕심을 버리고 소유도 정리해 간소하게 살아가는 것입니다. 둘째가 ‘줄이기’. 고집도 줄이고, 욕심도, 집도, 소비도 줄여가며 살아야지요. 셋째가 ‘나누기’입니다. 나이 들면 이웃과 마음도, 시간도, 물질도 나눌 수 있어야 멋있는 삶이 아니겠습니까?
레지나 브렛이란 90세의 노익장이 쓴 ‘인생이 내게 가르친 45가지 교훈’도 클라라님이 보내준 글이다. 읽을수록 촌철살인(寸鐵殺人)의 깨달음이 진하다. ‘어려움을 당하는가? 5년 뒤에도 과연 문제가 될 것인가를 생각해 보라’. ‘늙어 감을 불평치 말라. 그 대안은 젊어서 죽는 것이다’, ‘네가 병들었을 때 간호해 주는 건 네 직장이 아니라 네 부모와 친구들이다. 아무리 바빠도 인사 게을리 마라’, ‘인생은 포장되지 않은 선물이다’, ‘시간이 모든 걸 치유한다. 시간에 시간을 주라’. ‘네 인생을 네가 선택하라. 대신 신나는 삶을 택하라’. 모두 삶의 지혜를 담긴 금언들이다.
이웃과의 관계에 대한 교훈도 날카롭다. ‘이웃과의 언쟁에 꼭 이기려 말라, 서로 의견이 다르다는 데 합의하라’, ‘남과 함께 울라. 혼자 우는 것보다 훨씬 치유가 빠르다’, ‘남의 짐을 지라, 가끔 양보하고 져주라’
남의 짐을 지는 이야기가 들으니 두 보부상 얘기가 생각난다. 등에 진 짐이 무거운 한 보부상이 꾀를 냈다. 난 도저히 못 가겠다고 털썩 주저앉았다. 다른 보부상이 힘을 내라고 독려한다. 그러자 그는 대답한다. ‘난 못 가겠네, 저 무거운 짐을 지곤 도저히 못 가겠네’. 친구 보부상이 아무 말 없이 짐을 대신 맨다. 그리곤 한참을 걸었다. 계곡이 나왔다 계곡에 물살이 센물이 철철 넘쳤다. 두 보부상이 훌쩍 몸을 담갔다. 하지만 짐을 지지 않은 보부상은 강한 물살에 밀려 저 멀리 떠내려 갔다. 짐을 가득 진 보부상을 밀려가는 걸 간신히 피할 수 있었다.
각자에게 주어진 삶의 짐을 지고 꿋꿋하게 걸어가는 게 정도가 아닌가? 그 위에 남의 짐까지 져주며 사는 삶은 의롭고 떳떳하다. 항상 이기려하지 말고 가끔씩 져주며 양보하고 살아가는 삶이 여유롭고 멋지다. 현재의 삶은 우리에게 주어진 선물이다. 기회의 선물이다. 신나고, 당당하고, 행복한 삶을 살 기회를 놓치면 ‘잘 할걸’ 하고 후회만 남을 것이다.
한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으며 밝은 마음으로 건배한다. 당신 멋져!를 선창한다. 모두 복창한다. 당 - 당당하게 살자, 신 - 신나게 살자, 멋 - 멋있게 살자, 져 - 가끔 져주며 살자. 당신 멋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