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의 창 / 우수정(주부)

2009-12-10 (목)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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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가 어떠하든

둘째 녀석이 방과 후 우당탕 집으로 뛰어 들어옵니다. “엄마!! I got 100% on math test and spelling too!!!” 이 기쁜 소식을 엄마에게 한시라도 빨리 전해주고자 하는 마음이 역력합니다. 아닌게 아니라 그건 무척 이례적인 소식인지라, 안그래도 한껏 고무된 녀석을 좀더 고무시키고자 저 또한 고무된 목소리로 “우와~~ I’m so proud of you. You are my proud son!!” 했지요. 그랬더니 녀석이 아주 의외의 반응을 보이는거예요. 썰렁, 아무 반응이 없더니만 대뜸 하는 말, “흠.., 엄마.., It wasn’t 형아?”

아니, 이게 무슨 지렁이 하품하는 소립니까? 녀석의 말인즉, 엄마의 자랑스런 아들은 오직 형아라는 얘긴데, 녀석이 왜 그렇게 생각해 왔던 것일까요?
“형아도 물론 프라우드 썬이지. 그런데 너두 똑같이 프라우드 썬이야. 이그젝틀리 똑같이.”
“O.K….” 말은 그렇게 해도 순순히 동의하는 얼굴이 아닙니다. 엄마가 그래봤자 자기는 다 안다, 하지만 엄마가 정 그렇게 나온다면야, 뭐 그냥 믿어주지, 하는 표정으로다 말이죠. 그후 곰곰 생각해보니, 제게 문제가 있긴 있었더군요. 주로 성적을 들먹이며 칭찬을 했던 것 말입니다. 자기보다 상대적으로 더 많이 칭찬을 받은 형아만 엄마는 자랑스러워 한다고 녀석은 생각했던 모양입니다. 하지만 녀석은 모르고 있습니다. 자신의 부족함, 약함, 엄마 주위를 맴돌며 부리는 어리광, 무진장한 땡깡… 어우 지겨워 지겨워, 하면서 실은 그 지겨워하는 것들 때문에 더 마음이 가고 애틋한 엄마의 본심을 말입니다. 게다가 그 징한 녀석은 종종 제게 다가와 이런 말을 속삭이기까지 합니다. “엄마, 아이 러뷰~~”

엄마를 엄마답게 만드는 건, 씽씽한 엄마로 만드는건, 엄마를 열렬히 필요로 하는 자식입니다. 가끔은 사랑한다고 말해주는 자식이예요. 그런 자식이 되기 위해선, 뭐 그다지 근사해질 필요는 없다는 생각입니다. 오히려 약해서 더 사랑스러운 존재, 아니 그저 존재 자체만으로도 너무 사랑스러운 게 자식이란 걸 녀석이 알기나 할까요? 그러니 그저 이렇게 말해 줄 밖에요. “엄마는 니가 100점을 받아도 자랑스럽고, 그렇지 않아도 여전히 자랑스러워. I Love you so much whatever you are…” (한국말로만 줄창 하면 녀석의 표정이 묘연해질 게 뻔하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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