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의 창 / 김인숙(목회자의 아내)

2009-11-23 (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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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낳은 정, 기른 정

입양아들을 보며 우리는 흔히 낳은 정이 중요한지 기른 정이 중요한지를 논하게 된다. 아이를 낳은 부모의 피치 못할 사정에 의해서 어릴 적에 다른 가정에 맡겨졌지만, 낳아 준 부모 못지 않게 아이를 훌륭하게 길러 크게 성공한 이야기들을 들으면 기른 정이 얼마나 더 중요한 지를 알게 된다. 특히 외국으로 입양된 아이가 훌륭하게 성장한 모습을 보면 같은 한국인이 아닌 타국인의 기른 정에 머리가 절로 숙여지기도 한다.

최근 나는 둘째 아이의 대학입학 준비를 도와 주면서 미국의 교육제도나 혜택에 많은 점들을 발견하곤 다시 한번 놀란다. 두 아이 모두 아주 어릴 적에 미국에 와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경제적으로 부족한 가운데서도 남부럽지 않게 교육을 시킬 수 있던 점을 생각하며, 과연 한국에 살았다면 같은 조건에서 이만큼의 혜택을 누릴 수 있었을까 비교해 볼 때가 있다. 이에 더하여 대학교를 보내고 또 다시 입학을 준비시키면서 상상을 초월하는 숨어 있는 혜택들 (정말 “찾고 구하는 자”에게 주어지는 것과 같은) 발견하곤 인재에 아낌없이 투자하는 미국의 각종 정책들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이 혜택들은 비단 경제적인 어려움에 처한 학생들을 위한 것만이 아니다. 부모가 가진 능력을 떠나 학생 그 자체에 대한 투자로 보인다. 최근 한국은 물론 중국, 인도, 일본 등 특히 교육에 대해 폐쇄적인 아시아권에서 미국으로 유학 와 학위를 마친 대부분의 인재들이 자국으로 돌아가지 않고 정착하는 것만 보아도 그들뿐 아니라 그들 2세들의 교육을 위해서도 그런 결정을 하지 않나 싶다.

그러나 모든 혜택과 도움은 결국 사람마다 마음에 빚으로 남게 되어 조건이 하락하는 한 어떠한 형태로든 그 빚을 값으려는 것이 정상일 것이다. 바로 이를 염두해 두고 미국이 자국의 장래를 위해 최대 자원인 사람에 투자하는 정책의 숨은 뜻을 보면 실로 무섭기까지 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민 1세들이 미국이라는 나라에 정착하기 위해 갖은 고생과 눈물로 애쓰는가운데 그들이 자녀들이 이러한 막대한 혜택을 받으며 훌륭하게 자라 주는 모습을 보면, 모국의 낳은 정을 잊어서도 안되지만 미국의 기른 정에 감사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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