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창 / 김해연(주부)
2009-10-19 (월) 12:00:00
갑자기 차거워진 공기의 기운을 벌써 몸속에서 먼저 알아채고서 아침에 일어나면은 바로 재체기 하면서 콧물부터 훌쩍거린다. 작은 일에도 이렇게 민감하게 반응하는 몸이지만 오히려 변화를 모르는 나자신은 그냥 습관처럼 매일 똑같이 늦잠자고 아침의 시작이 늦으니 온하루가 다 짧다.
그래도 가을인데 싶어 서둘러 늦게 만났어도 서로 행복한 여자 셋이서 날 잡아 하루쯤은 눈을 호강 시켜 주어도 좋을 것 같아 박물관을 찾았다. 그곳에 가면은 저절로 목소리를 낮추게 되고 괜히 엄숙해지면서 스스로 가라 앉게 되는 그분위기가 참 좋다. 오래 된 물건들을 보는 세월의 존경심 뿐만 아니라 그것을 지녔든 사람들도 이세상 다른 모든 이들처럼 사랑하며 미워하며 살다 나이 들어 땅에 묻히고, 허지만 그물건들은 남아 또 다른 사람의 손으로 넘겨져서 이렇게 어느날 내 앞에서 보여지는 그인연이 신비로워서이다.
하나 하나의 공 들여진 장인의 가슴 아리는 손재주의 아름다움과 그속에 숨은 갖가지의 사연 그리고 그것을 가지게 된 다 가진 자들의 그영화와 사치도 땅으로 돌아가 결국은 쓰다 남은 물건들이 더 오래 남겨지니 말이다. 각각의 작은 물건들에도 좋은 오래된 기운이 흐른다. 그많은 시간들을 넘어 지금으로 남겨지면서 배여진 좋은 기운들이 왜 자주 오지 않고 있었냐고 하면서 내게 살금살금 조금씩 맛을 보여준다. 너무 멀다고도 생각말고 너무 가깝다고도 하지 말고 가슴을 열고서 그냥 인생이라는 것으로 오는 것들을 마음으로 오롯이 느끼면서 있는 그대로 받아 들이라고 해준다.
세월의 풍파에 모서리진 각들은 깍여져셔 둥근 모양을 하고 그러면서 힘겨운 포기를 하고 그것으로 스스로 가지게 되는 체념의 환희도 느끼면서 겸손을 배운란다.
어쩜 아직도 먼길일 것 같은 착각으로 하루하루를 그냥 스스럼없이 낭비하고 사소한 일에 목에 줄 세우면서 입 삐죽거리고 그러다 갑자기 세상을 다 가진 것 처럼 허풍떠는 오늘의 하루를 난 또 반복하면서 산다. 습관처럼 무뎌진 감각들을 새로운 긴장으로 다시 파랗게 날을 갈아 내가 나에게 쩡~ 하는 소리 들려 주면서 어쩜 나는 또 무엇으로 살다 무엇으로 남겨지게 되는지 가을의 차거운 공기에 정신 똑바로 차려 내게 내려진 숙제를 늦었더라도 마음을 다해 풀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