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의 창 / 박희례(캘리포니아 한의대 교수)

2009-10-14 (수)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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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청소

가을 맞이 대청소를 큰 맘 먹고 시작했다. 어디서부터 손을 대어야 할지 몰라, 우선 여기저기 쑤셔 놓았던 철 지난 여름옷들과 옷장 속의 가을 옷을 꺼내, 몇 년 동안 한번도 입지 않았던 옷들은 중고품 가게인 굿윌(GoodWill)에 가져다 주려고 따로 싸놓았다. 나의 쓰레기가 남에게는 보물일 수도 있으니까.
며칠 전 한국일보에 정리 정돈을 잘 하는 법에 대한 기사가 실렸다.

요점은 잘 버려야 깨끗하게 살 수 있다는 것이다. 나의 문제는 버리지 못하는 데 있다. 미국 생활 16년에 웬 짐이 이리도 많은지…. 사람 마음이 참 간사해서, 오래된 물건을 버리려고 생각하면, “아직 쓸만한데…”하는 마음에, 슬그머니 밀어 놓았던 것들이, 이제는 목에까지 차서 더 이상은 참을 수가 없게 되었다.

미국의 거라지 세일이 우리 집에 쓰레기가 쌓이게 된 주범이다. 처음 이민 왔을 때, 주말이면 영어연습도 하고 싼 물건도 구할 겸, 거라지 세일 구경 가는 게 일이었다. 서울에서는 보지 못했던 것이라 참 신기해 보였다. 자꾸 다니다 보니, 거라지 세일에도 격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거라지 세일 보다는 무빙 세일에 더 쓸만한 것이 많고, 이스테이트 (Estate Sale)세일에는 제법 값나가는 앤틱도 구할 수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순전히 발품 팔아 터득한 것이다.

가을비가 내리고 낙엽이 떨어지니, 모든 것이 부질없는 짓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쌓아 놓다가는 어느날 갑자기 내가 죽게 되면, “아이들만 고생시키지”라는 생각에 이제부터는 정리를 시작하려 한다. 하루 종일 대청소를 했는데, 겨우 안방의 가구 재배치와 두 박스의 재활용품이 고작이다. 한숨이 절로 난다. 언제나 이 일을 끝낼 수 있을까 하고. 소득이 있다면 더 이상 물건을 사지 말자는 것이다. 다행히도, 요즘엔 거라지 세일에 갈 시간도 없이 바쁘니, 얼마 후면 우리집이 사람사는 집같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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