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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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An Education)

2009-10-09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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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개 만점)

문학소녀, 세상 재미에 빠지다
1961년 영국 배경의 지적이며 감성적 영화

매력적이요 지적이며 또 아름답고 감정도 풍만하다. 1961년 때의 얘기여서 향수감도 짙은데 당시 유행하던 팝송과 샹송도 즐길 수 있는 영국 영화다. 원작은 저널리스트인 린 바버의 짧은 회고록.

가정과 학교생활 등에서 모든 것이 자유롭지 못한 고리타분한 환경 속에서 사는 똑똑하고 감수성 강하고 또 모험적인 16세난 소녀가 자기 나이보다 두 배는 더 먹은 매끈매끈하고 말 잘하는 수단가 미남을 만나 그를 통해 외부세계를 알게 되고 또 처녀성(순수)도 상실하면서 안팎으로 크게 자라는 성장기이다. 이와 당시 영국 사회와 문화의 모습도 들여다볼 수 있는 풍속도이기도 하다.

생명력 넘치는 삼삼한 영화인데 각본과 여러 배우들의 연기와 경치와 촬영 그리고 음악과 세트 디자인 및 의상 등이 모두 훌륭하다.

런던 교외에서 속 좁고 고지식한 아버지(알프레드 몰리나)와 착하기만 한 어머니와 함께 사는 고교 시니어 제니(캐리 멀리간)는 카뮈와 쥘리엣 그레코를 좋아하는 프랑스 문화에 심취한 소녀로 문학에 뛰어난 재질을 소유했다. 제니는 옥스포드에 입학, 답답한 가정과 자기 주변을 떠나 급속도로 변화하는 도시의 분위기를 마음껏 흡수하는 것이 꿈이다.

그런데 이 꿈을 이루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는 제니 앞에 느닷없이 매력적이요 돈 잘 쓰는 데이빗(피터 사스가드)이 나타나면서 제니의 삶의 방향타가 커브를 튼다. 데이빗은 자칭 ‘인생대학 수료자’로 제니의 부모를 말 재주와 수단으로 녹인 뒤 제니를 데리고 도심지로 찾아가 클럽과 콘서트의 재미를 가르쳐 준다. 이들 한 쌍에 동반하는 것이 데이빗의 친구이자 사업 파트너인 대니(도미닉 쿠퍼)와 그의 눈부시게 아름다우나 속은 공허한 애인 헬렌(로사문드 파이크).

데이빗은 제니 부모의 허락 하에 제니를 옥스포드로 데려가 하룻밤을 보내는데 제니의 몸을 탐하면서도 제니가 17세가 곧 되니 그 때까지 참아달라는 말에 동의한다. 그런데 데이빗과 대니의 사업이라는 것이 의심쩍은 것으로 여기서 데이빗이라는 인물에 대한 의혹이 제기된다.

그러나 제니는 난생 처음 경험하는 멋있는 어른들의 생활 속에서 지적 감각적 쾌감을 느끼면서 점점 데이빗에게 이끌리게 된다. 그리고 둘은 이번에는 파리로 여행을 떠난다. 한편 제니의 재능과 꿈을 잘 아는 영문학 여선생 스텁스(올리비아 윌리엄스)는 제니의 일탈을 보고 진정한 충고를 하나 이미 제니는 너무나 세상 재미에 빨려 들어가 이를 무시한다.


데이빗이 제니에게 청혼을 하면서 제니는 자신의 삶의 목표와 꿈을 포기하기로 결정한다. 그러나 뜻밖의 사실로 제니는 한 때의 즐거웠던 미몽에서 깨어난다. 그리고 제니는 소녀의 천진난만성과 무분별의 껍질을 벗어 던지고 비로소 성인의 문턱에 도달한다.

데이빗은 일종의 사기꾼이나 제니가 그를 통해 삶의 기쁨과 지혜를 터득케 함으로써 그의 간교함이나 속임수가 그렇게 밉지만은 않게 한 처리가 좋은데 이런 자의 특성을 사스가드가 잘 해낸다. 뛰어난 것은 멀리간의 연기. 호기심 많은 소녀의 모습과 내성을 감수성 예민하게 완벽하게 보여준다. 오스카상 감이라는 말이 돌고 있다. 론 셔픽 감독. PG-13. Sony Pictures Classics. 아크라이트(323-464-4226), 랜드마크(310-281-8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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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니(왼쪽)와 데이빗이 파리 센강에서 로맨틱한 한 때를 즐기고 있다.


<박흥진의 영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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