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쇼몬’(Rashomon)
2009-10-02 (금)
★★★★½
일본의 명장 아키라 쿠로사와의 1950년 작으로 이 영화가 1951년에 베니스 영화제서 대상인 황금사자상을 받으면서 그의 이름과 함께 일본 영화가 세계적으로 알려지는 계기가 됐다. 오스카 외국어 영화상도 받았는데 폴 뉴만 주연의 ‘난폭’(The Outrage·1964)으로 리메이크되기도 했다.
쿠로사와의 영화에 무려 17편이나 나온 토시로 미후네가 산적으로 나오는 이 영화는 심리 도덕극으로 한 사건을 네 사람의 각기 다른 관점에서 얘기한 사실과 진실의 정체를 파헤친 불후의 명화다.
시대는 8세기지만 현대적으로 노출되는 내용(일본의 권위 있는 신인 작가상인 아쿠타가와 상의 류노스케 아쿠타가와의 글이 원작)은 관헌에 끌려와 재판을 받는 살인용의자인 산적과 그에 의해 살해된 사무라이(죽은 자의 혼이 무당을 통해 말한다)와 사무라이의 아름다운 아내 및 살인 사건의 목격자인 나무꾼 등의 진술에 의해 플래시백으로 진행된다.
사무라이와 그의 아내(마치코 쿄)가 한여름 녹음이 무성한 산길을 가다가 상체를 벗어 제친 혈기왕성한 산적을 만나면서 사무라이와 산적 간에 결투가 벌어진다. 사무라이는 살해되고(?) 그의 아내는 산적에게 겁탈을 당했다고 주장한다.
이 사건을 놓고 네 사람의 진술이 각기 다른데 진실은 결코 밝혀지지 않는다.
이 영화 이후 ‘라쇼모니스크’라는 말은 한 가지 사실을 놓고 각기 다른 관점에서 얘기를 한다는 말로 쓰이고 있다.
이 영화는 시간을 초월한 보편타당성을 지닌 시대 역사극이자 법정 드라마이기도 한데 내용뿐 아니라 미후네의 다소 과장된 혈기방장한 연기와 빛과 그림자를 절묘하게 이용한 흑백촬영 등 여러 면에서 괄목할 만한 영화다. 필견의 명작이다. 35mm 필름을 새로 프린트한 영화가 오는 8일까지 뉴아트 극장(310-281-8223)에서 상영된다.
사무라이의 아내는 산적에게 남편을 죽이라고 요구한다.
<박흥진의 영화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