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½(5개 만점)
“내가 뭘 잘못했다고 이 고난을 당해야해?”
착하게 살아온 물리학자의 고군분투
오스카상 수상자들인 조엘과 이산 코엔 형제가 쓰고 감독한 삶과 하나님(여기선 제호바)이 하는 일의 불가사의를 어둡고 병적인 유머로 채색한 재미있는 작품이다. 아주 우습고 심각한 영화다. 착하게 살아온 모든 것이 정확한 물리학 교수가 느닷없이 개인과 직장에서 생긴 온갖 재난을 겪으면서 그 것들을 처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얘기가 마치 현대판 욥기를 보는 것 같다.
교수는 도대체 내가 뭘 잘못 했기에 이런 고난을 당해야 하는가 궁금해 하면서 유대교 율법사들과 변호사를 찾아다니나 코엔 형제는 그 문제들에 답을 내놓지 않는다. 영화 처음에 소개되는 “네게 생기는 일들을 단순히 받아들여라”라는 말이 답이라면 답이랄까.
이 영화는 미네소타에서 자란 유대인인 코엔 형제의 자기 경험의 일부를 바탕으로 만들었는데 유대인들과 유대교에 대한 자기 풍자라고도 하겠다. 영화는 처음에 이디시어로 만들어진 19세기 폴란드의 깡촌에 사는 하시딕 유대인 부부의 얘기로 시작되는데 본 영화와 아무 관련 없는 이 귀신 얘기는 신의 뜻의 불가사의를 은유하고 있다.
1960년대 중반. 미 중서부의 도시 교외에 사는 물리학 교수 래리 가프닉(마이클 스털버그)은 평생을 착하고 정직하게 살아온 중년 남자다. 그에게 있어 세상만사는 수학처럼 정확하다. 모든 것은 이유가 있어야 하고 또 문제엔 답이 있게 마련이다.
그런데 래리에게 답을 알 수 없는 온갖 재난이 일어난다. 날건달 형이 집에 들어와 카우치에서 자고 래리가 평생재직 교수 신청을 한 대학교에서는 그에 대한 악성 루머가 나돈다. 그리고 아내 주디스(사리 레닉)는 말 많은 홀아비로 래리도 잘 아는 사이(프레드 멜라메드)와 살겠다면서 래리 보고 집을 나가라고 통보한다.
13세난 아들 대니(아론 울프)는 대마초 애연가로 바 미츠바를 얼마 안 남겨 놓았는데 제퍼슨 에어플랜의 팬이다. 대니의 누나는 코 성형수술을 하겠다고 조르고 옆집에 사는 레드넥은 유대인 혐오자이고 또 다른 옆집에 사는 여자는 섹스로 래리를 유혹한다.
게다가 한국인 제자인 클라이브 박(데이빗 강이 무표정 연기를 우습게 잘 한다)은 래리에게 돈 봉투를 준 뒤 학점을 달라고 제의하면서 안 그러면 뇌물수수로 고발하겠다고 으름장을 놓는다.
안경을 껴 올빼미처럼 생긴 래리는 도대체 제호바가 자기를 왜 이렇게 괴롭히는지를 몰라 혼자 낑낑 앓다가 세 명의 율법사들을 차례로 찾아가 상담을 한다. 그런데 율법사들이라고 무슨 뾰족한 대답이 있는 것이 아니다. “세상에는 우리가 도저히 알 수가 없는 일들이 있게 마련”이라는 것이 답이다.
여러 가지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많은데 그 중에서도 배꼽 빠지게 우스운 것은 완전히 대마초에 취한 대니의 바 미츠바 장면. 보수파 유대인들이 보면 외경스럽다고 할 만하다. 모두 낯선 배우들의 연기도 모두 좋은데 특히 연극배우 출신인 스털버그의 골샌님 같은 연기는 상감이다.
R. Focus. 아크라이트(323-464-4226), 랜드마크(310-281-8233).
TV안테나 방향 수정을 위해 지붕에 올라간 래리가 나체 일광욕을 하는 옆집 여인을 내려다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