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Korean Parents / 송미경(주부)

2009-09-18 (금)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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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성의 창

우리가 사는 이 땅은 우리와 우리 아이들간의 관계를 좀 더 복잡하게 만든다. 세대 차와 문화 차이는 어느 사회나 있지만 언어와 문화의 국적까지 다르고 보면 아이들과의 의사소통이 자못 어려워진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한국식의 부모 자식 관계를 은연중 기대하게 되고 아이들은 문 밖에 나가면 미국인데 집에 오면 한국식으로 살아야 하는 것에 갈등을 느낀다. 아이들에게는 미국 문화가 대세니 ‘한국적’이니 하는 말들이 그저 털어 버리고 싶은 수식어인지도 모르겠다.

거기다 아이들을 야단칠 일이 있을 때 세대 간의 갈등에다 문화 국적간의 괴리가 수면에 떠오른다. 부모님께 당연 순종해야 하는 반면 자식 세대에게도 할 말을 다 못하는 샌드위치 세대로 사는 것도 억울한데 한국 부모는 미국 부모랑 다르다는 꼬리표까지 붙여져 있으니 부아가 날만도 하다. 사실 아이가 어릴 때부터 신기했던 게 미국 사람들은 어떻게 저렇게 소리 하나 높이지 않고 애를 훈육하나 하는 것이었다. 우리야 이유도 모르고 단체 기합을 받던 시대의 사람들이라 자식 일에는 급한 성미까지 더해져서 소리부터 질러대고 보기 십상이다. 그에 반면 부드럽고도 엄하게 아이들을 훈육하는 선생님들은 우리의 기를 죽이기에 충분하다. 또한 내 자식은 내가 소리치고 키울 망정 바깥에서는 고상하게 대우받기를 바라는 부모의 이중성 때문에 그런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선생님들을 만나면 뒷담도 하게 된다.

이렇게 울퉁불퉁하기만 한 부모 노릇을 당해가면서 남의 땅을 내 땅인 듯 살아가는 우리의 2세들이 우리보다 오히려 속이 넓은 지도 모르겠다. 문 밖은 미국, 집 안에만 들어오면 한국, 이런 식으로 하루에도 태평양을 수도 없이 왔다갔다 하는 가운데서도 결국은 김치처럼 매운 부모의 잔소리를 들어주고 한국인으로 남아 있어 주니 감사한 일이다. 이 땅에서 나서 한국말을 잘 못하는 사람도 나 같은 이방인을 만나면 자신은 한국인이라고 말하지 않던가. 그리고 어쩌다 김치 담다가 옆에 있길래 맛보라고 준 김치 한 가닥의 맛을 못 잊는다고 말하는 중학생 아들을 보면서 뭐 내가 미국 부모가 못되고 한국식을 고수한다고 해서 아이들에게 나쁠 것이 있는가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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