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잃어버린 전화기 / 남리사(재정설계사)

2009-09-17 (목)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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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성의 창

핸드폰을 잃어버렸다. 내가 어디다가 흘리거나 놓고 온 것이 아니라, 내가 모르는 젊은친구가 전화기가 마음에 들었는지 자기가 쓰려고 내게 알리지도 않고가져가 버렸다. 쉽게 말해서 ‘도둑맞았다’. 어차피 전화기찾기는 물 건너 간 이야기라고 치더라도, 제일 암담한게 나의 오랜기간동안 쌓아온 친지, 친구 그리고 비지니스관계의 연락처도 함께 잃어버렸다는 사실이다. 핸드폰이 일반화 된 이후로 전화번호는 그저 입력하면 되었기때문에 기억할수 있는 번호가 별로 없다. 가끔 이런날이 올수도 있겠다라는 불안감이 있어 컴퓨터에 저장해둬야지 하면서도 차일피일 미루다보니 결국 이런 엄청난 재난?을 당하게 된것이다. 상대방이 내게 전화를 하지않는 한 내가 먼저 연락 할수없는 수많은 지인들은 어떻게 해야 하는건지. 또 내 비지네스 연락관계가 난감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마음한편으로 홀가분한 느낌이 드는것이었다. 나 역시 눈만 뜨면 핸드폰을 들여다보고 이메일을 체크하고 놓친 통화가 없는지를 살피고,텍스트 메세지를 보낸다. 언제 어디서나 틈만나면 전화기를 들여다보고 손 닿기 편한데 놓고 신경을 쓴다. 그렇게 생활의 일부분이던 전화기가 사라져버리고 나니까, 처음 하루는 연락이 안되서 문제가 생길까 조바심내고 허전해하다가 그 다음에는 점차 마음이 편안해 졌다. 울려대던 전화음으로 부터 자유로와 지니, 나 만의 시간이 많아진 듯하여 한결 여유로와진 느낌이 들었다.

그럼에도 며칠동안 즐기던 자유로움을 아쉬워 하며, 새로운 카드를 발급받고 전화기를 장만하여, 잃어버린 번호들을 하나 둘 찾아서 입력하고 있다. 다시금 부지런히 이메일을 체크하고 텍스트를 보내고 전화통화를 한다. 발달된 테크놀로지가 이동시간을 줄여 일하는 시간을 절약하게 한다는 말이 무색하게 오히려 더 바빠진 느낌이다. 전화기를 잃어버렸을때 사실은 잃어버렸던 무엇인가를 반대로 찾았던 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문득들었다. 오랫동안 잃어버렸던 무엇을 찾은것 같기도 하고 아닌것 같기도 하고, 많은 생각이 오고 간 몇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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