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 서진숙(임마누엘 한국학교 교사)
2009-09-11 (금) 12:00:00
어느덧 해가 짧아지고 옆집 사과나무에 열린 사과가 탐스럽게 익어가는것을 보니 가을이 오려나보다. 한국방송에서 추석이 한달 정도 남았다는 소리에 한국에 계신 부모님께 추석선물도 보내고 연락 못 했던 친척들에게 연락도 해야겠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바빠지는 것 같다. 미국은 심심한 천국이고 한국은 재미있는 지옥이라고들 말한다. 그것에 일조 하는 것중에 하나가 추석준비를 해야하는 여자들의 고충도 차지하고 있을것이다. 지금의 난 물론 명절증후군이 있는 아줌마지만 우리 아이들에게는 어떠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 추석일까?
이제 한국학교를 개강하고 처음으로 준비해야 하는 행사인 추석을 생각하며 나의 어린시절 그때가 생각이난다. 추석이면 어머니께서 예쁜 추석빔을 사주시고 그 옷을 입고 학교에 가서 자랑 할수 있어서 기다려 졌었고 친척들이 우리 집으로 모이기 때문에 여러가지 음식을 다양하게 먹을 수 있어서 좋았다. 난 언니가 지루해 하며 싫어하는 송편 빚기를 혼자서 오후 반나절내내 빚기도 했다. 예쁘게 빚으면 예쁜딸을 낳는다는 어른들의 말씀에 정성껏 빚었던 것 같다. 자주 만나지 못하던 여러 친척들이 모이면 현관에 신발을 놓을 틈이 없었다. 또한, 밤이면 큰 보름달을 보며 소원도 빌었던게 기억난다. 특히 기억이 나는 것은 집집마다 목욕탕이 없었던 시절이라 새벽에 일어나 졸린 눈을 부비고 짜증을 내면서 어머니를 따라 씻으러 가던 생각을 하면 혼자 빙그레 웃음이 나온다.
그래도 ‘더도 말고 들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라고 말했던 추석의 밝고 풍성함이 오늘날 한국문화를 직접 체험하기 힘든 아이들에게 어떠한 날로 기억되고 있을런지 모르겠다. 한국에서는 추석때면 시골에 계신 부모님을 뵈러 선물을 사가지고 몇시간을 도로에서 시간을 보내야 겨우 함께 시간을 보내고 다시 재회할 날을 기약하면서 다시 살던 곳으로 돌아와야 하는 가족들이 많다.
하지만 미국에 친척들이 없는 가족들의 아이들은 추석의 분위기를 느끼기가 어려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늘 추석에 대하여 설명을 하지만 아이들은 건성이다. 이번 추석에도 다른때와 마찬가지로 아이들이 한국문화를 조금이라도 이해할 수 있도록 한국학교에서는 송편과 다과를 함께 나누고 강강술래 및 제기차기, 단체 줄넘기, 투호놀이 등을 직접하면서 우리 조상들의 추석문화를 배울수 있게 도와주려고 한다. 그리고 이런 체험을 통하여 가을의 풍성함을 느끼며 나눔의 미덕을 알아가기를 기대한다.
단지 공원에서 아이들과 함께 뛰어 놀며 자연이 주는 고마움을 느끼기 위해 하루 교실 수업이 없는 것을 반기는 것이 아니라 조상의 민속 놀이를 통해 한민족의 통일감을 느낄수 있길 바라는게 모든 선생님들의 마음일 것이다. 이곳의 아이들은 자기자신이 미국인인지 한국인인지 정체성을 찾지 못하고 지내는 아이들이 많은데 한국학교를 통하여 한조각에 불과한 한국문화의 한부분이라도 직접 체험하고 알아가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돌아보며 조금이라도 부모를 이해하고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찾아가는 우리 아이들이 되어가면 좋겠다는게 나의 바램이다.
사과와 감이 익어가고 아이들은 이제 또다시 새학기를 맞이하였다. 한국학교도 새로운 아이들과 한반을 이루어 다시 시작하게 될것이다. 이번 보름달을 보고 어떤 소원을 빌어 볼까? 한 아이, 한아이를 두고 기도하며 변화되어가는 내가 되기를 바라며 우리 아이들이 한국어 공부를 덤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당연히 알아야 하는 부분으로 생각하길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