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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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킹 우드스탁’ (Taking Woodstock)

2009-08-28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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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용하던 시골 마을에 ‘우드스탁 콘서트’ 열풍

★★★(5개 만점)
앙리 감독 역사적 공연 스케치식 연출

지금으로부터 40년 전인 1969년 8월15일부터 18일까지 4일 동안 뉴욕주 소도시 우드스탁 인근 한 낙농업자의 광활한 농지에서 50만여명의 히피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던 미 대중음악사의 획기적인 행사인 우드스탁 연주회에 관한 영화다. 앙리가 감독했는데 그는 실제 연주와 가수들은 얘기로 배경에 두고 이 행사가 열리게 된 과정과 그에 관계된 여러 사람들의 얘기를 스케치 식으로 그렸다.
따라서 영화가 인물 묘사나 뚜렷한 플롯 위주라기보다 분위기와 공연이 열리게 될 때까지의 갖가지 해프닝을 나열하는 식. 상냥하고 한가롭고 또 쾌적한 즐길 만한 영화이긴 하나 이런 에피소드들이 하나의 확실한 드라마를 구성하지 못해 어딘가 부족한 느낌이 든다. 또 공연장면을 전연 안 보여주는 것도(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든 먼 곳에 있는 운집한 군중과 함께 음악도 희미한 배경음악으로 그쳤다)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느낌을 갖게 만든다.
영화의 주인공은 뉴욕에서 사는 화가이자 디자이너인 내성적인 젊은 엘리옷 타익버그(데메트리 마틴-‘졸업’의 더스틴 호프만을 똑 닮았는데 영화에서의 그의 역도 호프만이 한 벤자민의 패턴을 따왔다). 효자인 그는 유대인들의 휴양지인 시골 캣스킬스에서 낡아빠진 모텔을 경영하는 부모가 모텔을 차압당할 위기에 처하자 이를 해결하기 위해 귀향한다. 영화는 타익버그의 실제 경험을 쓴 책을 바탕으로 만들었다.


엘리옷이 반상회 회장이라는 권한을 이용해 동네의 경기부양책으로 이곳에서 음악과 예술제를 열겠다는 제작자의 신청을 허락하면서 조용하던 동네는 삽시에 공연을 준비하는 사람들로 붐비게 된다. 공연 장소는 동네에서 목축업을 하는 맥스의 600에이커에 달하는 공터.

이 뒤로 엘리옷과 타지 사람들과의 관계가 잡다하게 묘사되는데 그 중 가장 재미있는 인물이 엘리옷이 시큐리티 가드로 고용한 금발 가발에 여자 드레스를 입은 덩지가 큰 전직 해병(리에브 슈라이버). 그리고 호모인 엘리옷은 신체 건강한 공연장 건축 인부에게 은근짜를 놓아 관계를 맺는다. 영화는 우드스탁 공연을 통한 엘리옷의 감정적 육체적 변화를 그린 청년의 성장기이기도 하다. 이 밖에도 히피들에게 반감을 갖는 젊은 베트남전 베테런 빌리(에밀 허쉬)와 공연 관계자인 젊은 여인 티샤(매미 거머-메릴 스트립의 딸) 등과의 관계 역시 스케치 식으로 묘사 된다.

그리고 공연을 보기 위해 수십만명의 히피들이 이 작은 마을로 몰려들면서 인근 하이웨이가 마비되고 이 행사는 전국적인 뉴스가 된다. 앙리가 수많은 엑스트라들을 질서정연하게 부리는 솜씨가 대단하다.

촬영이 아름다운 영화에서 가장 환상적인 장면은 엘리옷이 관람객으로 온 두 젊은 남녀의 밴에서 이들과 함께 대마초를 태운 뒤 빠져드는 환각여행 장면. 보는 사람도 취한다. 그리고 공연이 성공리에 끝나고 히피들은 짐을 싸 돌아간다.
어떤 일정한 형태나 구성이 없는 움직이는 아메바 같은 모양을 한 영화로 당시 상황을 만화경 식으로 그렸는데 장면과 장면 그리고 순간과 순간을 즐기면 되겠다. 역사적인 당시 상황을 찍은 사진을 그대로 재현한 장면들이 여럿 있다. R. Focus. 전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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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옷(가운데)이 두 젊은 히피 커플과 함께 대마초 환각여행에 빠져 있다.

<박흥진의 영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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