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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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와 줄리아’ (Julie & Julia)

2009-08-07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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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개 만점)


요리 책을 쓴 여인
그것을 요리한 여인

메릴 스트립·에이미 애담스 주연



2시간 내내 요리하고 먹고 마시는 영화치곤 배가 부르지 못하다. 맛도 자양분도 별로 충분치 못한 음식을 대접 받는 기분인데 온갖 음식을 다룬 영화인데도 눈요깃거리마저 모자라다(이에 비하면 ‘바벳의 잔치’는 진짜 잔치다). 간이 덜 든 음식을 먹는 셈으로 재주 있는 여류 감독 노라 에프론과 그와 몇 편의 영화(하트번)에서 함께 일한 메릴 스트립 그리고 젊은 연기파 에이미 애담스의 영화치곤 아주 중간급. 그러나 말끔한 모양과 흥미 있는 내용 그리고 연기 등으로 권할 만한데 특히 여성 팬들이 즐겨 볼 수 있다.

영화는 시대와 공간이 서로 다른 곳에서 산 두 여자(둘은 한 번도 같은 장면에 안 나온다)의 이야기를 교차 묘사했다. 하나는 TV 요리강습사로 1961년에 유명한 요리책 ‘프랑스 요리 완성법’을 쓴 줄리아 차일드(스트립)요 다른 여자는 이 책 속의 524가지 요리법을 1년에 직접 만든 경험을 블로그에 적은 뒤 이를 2005년에 ‘줄리와 줄리아’라는 책으로 낸 젊은 뉴요커 줄리 파웰이다.
영화는 ‘줄리와 줄리아’와 함께 차일드 사후인 2006년에 나온 그의 자서전 ‘프랑스에서의 나의 삶’을 원전으로 만들었다. 전기영화이자 드라메디로 부단한 노력을 통해 꿈을 이루고 또 자기 자신을 완성하는 여인들의 가치 발견 이야기이기도 하다. 여기에 두 여인과 각기 그들의 남편들과의 사랑 얘기가 곁들여 묘사된다.

1948년 30대 후반에 시집을 간 캘리포니아 패사디나 출신의 키다리(6피트2인치) 줄리아는 파리 주재 미 대사관에서 일하는 남편 폴(스탠리 투치)을 따라 파리에 온다. 줄리아는 대뜸 파리문화에 심취하는데 특히 프랑스 요리에 홀딱 반한다. 줄리아는 유명한 요리학교 코르동 블러에 간신히 입학해 남자들만 다니는 학교에서 눈총을 받으면서도 낙천적인 성격으로 이를 극복하고 열심히 요리를 배운다.

그리고 줄리아는 두 동료 여류 식도락가들인 시몬 벡과 루이젯 베르톨르의 협조를 받아 수백페이지짜리 요리책을 쓰는데 처음에는 어느 출판사도 이를 출판하려 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 책은 결국 베스트셀러가 돼 지금도 팔리고 있다.
한편 줄리(애담스)는 브루클린의 허술한 아파트에서 남편 에릭(크리스 메시나)과 함께 사는 정부기관 소속 비서. 때는 2002년으로 나이 30이 되도록 뭐 하나 제대로 이룬 것이 없는 줄리는 즉흥적으로 줄리아의 요리법을 1년 안에 모두 직접 요리로 현실화 할 결심을 한다.

줄리는 낮에는 회사에서 일하고 저녁에는 요리를 한 뒤 이를 자기 블로그에 올린다. 한편 에릭은 요리에 매어 달리면서 요리가 제대로 안 되면 히스테리를 부리는 줄리를 사랑과 인내로 지켜본다. 그리고 줄리의 블로그에 대한 반응이 커지면서 출판사로부터 출판 제의를 받는다.

재미있고 우스운 것은 줄리아와 폴의 관계. 둘은 서로가 천생연분이라는 것을 시시각각으로 포현하는데 하오의 섹스가 그 중의 하나다. 스트립이 종달새 같은 음률로 말하면서 다양한 매너리즘의 연기를 아주 잘하는데 컴퓨터를 쓰지 않고 키 5피트6인치의 그를 6피트2인치로 만든 방법이 가상하다. PG-13. Sony. 전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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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아(위)와 줄리가 각기 남편이 보는 앞에서 요리를 하고 있다.


박흥진의 영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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