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쥐’(Thirst) ★★★
2009-07-31 (금)
상현이 태주의 목에서 피를 빨아 마시고 있다.
올 칸영화제서 심사위원상을 받은 박찬욱 감독의 흡혈귀 영화로 미국 제목은 ‘갈증’. 신부가 흡혈귀가 되는 아이로니컬한 내용인데 죄와 구제를 즐겨 다루는 박 감독이 이번에도 같은 주제를 다루었지만 그것을 제대로 소화시키지 못하고 한 편의 유혈폭력과 노골적인 섹스가 눈요깃거리를 주는 멜로드라마로 그치고 말았다.
영화는 19세기 프랑스의 사실주의 작가 에밀 졸라의 살인과 간통의 이야기 ‘테레즈 라캥’(Therese Raquin)에서 영감을 얻어 만들었는데 1953년 마르셀 카르네가 감독하고 라프 발로네와 시몬 시뇨레가 주연한 동명영화를 보기를 권한다.
‘박쥐’는 신선한 감각이나 독창성이 결여된 대신 감관의 말초만 자극하는 섹스 유혈 난투극이자 다크 코미디로 의미 있는 주제와 박 감독의 탁월한 재능이 제대로 좋은 결실을 못 거둔 것이 아쉽다. 영화의 큰 단점은 같은 얘기와 폭력을 계속해 반복하는 것. 그래서 상영시간이 133분이나 된다.
작은 도시의 병원에서 일하는 상현신부(송강호)는 사람들의 죽음에 상심, 자기 몸을 백신 개발용 실험물로 제공한다. 이 과정에서 그는 바이러스에 감염돼 사망하나 수혈로 되살아난다. 그런데 그가 수혈 받은 피가 오염된 피로 그는 이로 인해 흡혈귀가 된다.
상현은 이제 강한 성적 욕망을 지닌 흡혈귀로서 일용할 양식인 인간의 피가 필요해 자기가 구원해야 할 인간을 죽이고 그 피를 흡혈한다. 신부 흡혈귀는 죄와 구원과 속죄 등에 관해 말을 하는데 공염불처럼 들린다.
상현은 병원에 입원한 어릴 때 친구 강우(신하균)를 만나면서 그의 아내 태주(김옥빈)도 알게 된다. 태주는 병약한 무능력자 남편을 돌보면서 한복집을 경영하는 고약한 시어머니 라씨 부인(김해숙)의 학대에 시달려 몰골이 말이 아니다.
이런 여자가 성욕이 강한 상현을 만나면서 둘은 뜨거운 육체의 쾌락을 즐기는데 결국 태주도 흡혈귀가 돼 커플이 사람 잡아 피 빨아 마시느라 연쇄살인이 일어난다. 태주가 상현보다 더 활동적인 흡혈귀가 돼 상현의 속을 썩이는 내용이 우습다. R. 선셋 5(323-848-3500), M팍 4(213-384-7080). ★31일 하오 6시 상영 후 M팍 4에서 박 감독과의 질의응답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