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해수욕 철을 맞았다. 전국에서 가장 유명한 남가주의 해안선은 LA카운티만 해도 총 연장 31마일에 달하며 30여개의 크고 작은 비치가 피서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여름철 평일에도 1만명 이상의 방문객을 맞는다는 샌타모니카와 베니스비치는 사실 편하게 가족과 수영을 하면서 주말을 보내기에는 너무 많은 인파로 인해 부담스럽다. 샌타모니카에서 10~20여분만 북쪽으로 드라이빙하면 해수욕장만의 기능을 갖추고 있는, 작지만 가족과 함께 오붓하게 주말을 즐길 수 있는 해변들을 여러 개 만날 수 있다. 말리부 지역 숨겨진 해수욕장들을 소개한다.
수영을 물론 자연 생태계 공부도 함께 할 수 있는 말리부 라군 주립공원.
LA에서 말리부지역으로 들어서면서 가장 먼저 만나는 비치가 퍼시픽 코스트 하이웨이 PCH 18500번지에 있는 토팽가 카운티 비치(Topanga County Beach)이다.
샌타모니카나 베니스 그리고 인근에 있는 윌 로저스 주립해변(Will Roger’s State Beach)보다 매우 작은 사이즈로 인파는 없지만 여러 시설을 잘 갖춰진 비치를 찾는다면 이곳이 제격이다.
토팽가는 백사장은 협소하지만 부대시설이 잘돼 있어 서퍼들이 많이 모인다. 파도가 높은 곳이지만 해수욕을 하기에는 문제가 없다. 비치 남쪽 200야드 지점에 지난 2006년 리모델링을 끝내고 문을 연 게티 빌라(Getty Villa)가 있어 수영과 유럽의 문화재들을 동시에 즐길 수도 있다.
토팽가에서 5마일 정도 북상하면 말리부 피어(Malibu Pier)를 만나고 60~70년대 할리웃 스크린을 장악했던 수많은 ‘비치 무비’(Beach Movie)의 로케이션으로 애용됐던 서프라이더 비치(Surfrider Beach)가 눈에 들어온다.
파도가 높아 서핑을 하기는 적절하지만 초보자들은 수영을 안 하는 것이 좋다. 백사장은 물과 만나는 곳에서 금방 끊어지고 바위가 많기 때문에 수영보다는 낚시, 하이킹, 피크닉, 갯벌 관찰, 스쿠버 등의 레포츠로 유명하다. 특히 말리부 피어는 평일에도 적지 않은 숫자의 강태공들이 낚시를 케스팅 한다.
서프라이더에서 북쪽으로 200야드만 가면 색다른 분위기에서 남가주의 해변을 즐길 수 있는 이 지역의 보석 ‘말리부 라군 주립공원’(Malibu Lagoon State Park)을 만날 수 있다. 방학을 맞은 자녀들과 바다에 몸을 담그면서 주변의 아름다운 환경을 구경하고 자연 생태계에 대한 공부도 할 수 있는 곳이다. 연인간의 애틋한 사랑을 새삼 확인할 수 있는 데이트 장소로 더없이 좋다.
해변에 앉아 하늘과 맞닿은 광활한 수평선을 그저 바라보기만 해도 심신이 편안하기만 한 곳인데 철새들이 많아 해변가를 돌아다니는 물새의 몸짓이 자못 신기하고 재미있어 자녀들과 시간가는 줄 모르고 모습을 즐기게 된다.
말리부 라군에서 북쪽으로 2마일 지점에 있는 에스콘디도(Escondido)와 코럴(Corral)은 페퍼다인 대학 인근에 있는 아주 작은 비치들로 인근 주민들이 남이 알세라 소문도 내지 않고 찾아가는 한적한 곳들이다.
주차장도 없어 PCH 도로변에 주차를 하고 백사장으로 내려가야 한다. 위치는 PCH 27200번지와 26000번지 인근이다.
에스콘디도에서 500야드 정도 북쪽에 있는 파라다이스 코브(Paradise Cove)는 그림 같이 아기자기한 작은 만을 따라 난 초생달 같은 하얀 백사장이 아주 멋지다.
PCH 28128번지에 위치한 개인 소유 비치는 차량당 25달러의 주차료를 받고 있는데 비치에 있는 식당을 이용할 경우 주차료(4시간)는 3달러이다. 비치에 있는 조그마한 피어에서는 낚시도 즐길 수 있다.
문의: (310)457-2503
www.paradisecovemalibu.com
파라다이스 코브에서 5분 정도 북쪽으로 달리면 그 유명한 주마(Zuma) 비치를 만난다. 앤젤리노들에게 남가주에서 가장 선호하는 비치가 어디냐고 물으면 주마가 1, 2등을 다툰다.
주마 비치 남쪽 해안 언덕 절벽이 바다로 툭 튀어난 모습을 하고 있는 곳을 포인트 듐(Point Dume)이라고 부른다. 포인트 듐은 LA타임스가 선정한 남가주 10대 하이킹 코스가 있는 곳이다. 주마 비치 바로 남쪽에 있는데 해안의 굴곡이 심하고 밀물과 썰물의 차이가 심해 갯벌 바다생물을 관찰하기에도 용이하다.
주마 등 말리부의 해변은 LA보다 사람들로 붐비지 않으면서 멋진 풍광을 자랑한다.
■ 드라이빙 메모
가는 길은 LA 한인타운에서 10번 프리웨이 웨스트를 타고 샌타모니카로 향한다. 샌타모니카에서 1번 PCH로 갈아타고 북상한다. 샌타모니카에서 말리부 주마까지 10개의 비치가 계속해서 나온다.
오는 길에 샌타모니카 비치에 있는 위락공원인 퍼시픽 팍(Pacific Park)이나 팰리세이즈(Palisades) 공원에서 즐거운 시간을 가질 수 있으며 3가 프로머나드(3rd Street Promenade)에서 샤핑을 하면서 분위기 있는 디너를 즐길 수 있다.
집이 밸리 쪽에 있으면 말리부 라군 주립공원에서 서쪽 1마일 지점에 있는 말리부 캐년 로드(Malibu Canyon Rd.)를 이용하면 또 다른 구경거리를 만나게 된다. 말리부 캐년 로드 중간에 있는 말리부 크릭 주립공원(Malibu Creek State Park)은 한국전을 배경으로 한 유명한 TV 드라마 매쉬(MASH)를 촬영했던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