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원지간인 애비(왼쪽)와 마이크가 잠깐 즐거운 때를 보내고 있다.
★★★(5개 만점)
견원지간 남녀 사랑에 빠질줄이야
뻔하지만 달콤한 로맨틱 코미디
줄리아 로버츠에 이은 로맨틱 코미디의 차기 여왕이라는 말을 듣고 있는 캐서린 하이글(ABC-TV의 의료 드라마 시리즈 ‘그레이스 아나토미’)이 열연을 하다못해 지나친 연기를 하는 데이트용 영화로 관객의 비위에 맞추려고 너무나 애쓴 흔적이 역력하다.
전연 같은 데라곤 없는 두 남녀가 처음에 만나 견원지간으로 다투다가 사랑에 빠진다는 흔한 로맨틱 코미디의 내용을 갖췄는데 플롯에 억지가 많고 결말도 뻔 하지만 하이글과 상대역의 제라드 버틀러 간의 잘 맞는 궁합과 말끔한 모양과 무해한 얘기로 즐길 만하다.
늘씬한 팔방미녀 애비 릭터(하이글)는 새크라멘토 TV 방송국 모닝 쇼의 제작자. 애비는 생긴 것과는 달리 위압적이고 고지식하고 오만해 별로 좋아하는 사람이 없다. 성질과 태도가 이래서 데이트하는 남자도 없는데 남자와 잔지가 장장 11개월이나 지났다.
그런데 모닝 쇼의 시청률이 자꾸 하락하자 그의 상사는 시청률이 높은 동네 퍼블릭 액세스 TV의 ‘거북한 진실’이라는 토크쇼의 진행자 마이크 채드웨이(버틀러)를 고용, 이 프로를 모닝 쇼에 집어넣는다. 물론 애비는 방방 뛰면서 이에 반대하나 속수무책.
애비가 마이크 보기를 사갈시하는 이유는 마이크는 원시시대 동굴에서 사는 짐승 같은 남자로 무례하고 상스럽고 남녀의 성기와 섹스행위 얘기를 후렴처럼 내뱉기 때문이다(그래서 등급이 R). 그리고 ‘거북한 진실’의 내용이라는 것도 여자들에게 남자들은 다 여자와 섹스 하는 것만을 노리는 사랑의 불능자들이라는 것을 주지시키면서 그런 남자들을 후리는 방법을 지도하는 것.
그런데 애비가 우연히 건너 아파트에 사는 신체 건강하고 잘 생긴 의사 칼린(에릭 윈터)을 보고 한 눈에 반하면서 울며 겨자 먹기로 마이크에게 칼린 낚는 법을 지도해 달라고 부탁한다. 사랑과 섹스에 모두 오래 굶주린 애비는 필사적으로 칼린을 놓치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이때부터 마이크는 애비의 헤어스타일과 의상과 브래지어까지 골라주면서 칼린의 마음을 녹이는 방법에 대해 한 수 지도한다. 그리고 절대로 금방 칼린과 침대에 들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이 과정에서 두 개의 재미난 에피소드가 연출된다.
하나는 칼린과 함께 야구장에 간 애비에게 마이크가 이어폰으로 할 말과 행동을 지시하는 것으로 애비는 이에 따라 하다가 대중 앞에서 큰 망신을 당한다.
두번째 에피소드가 이 영화에서 가장 우스운 것으로 칼린과 마이크와 또 자기 상사들과 함께 업무용 디너에 참석한 애비가 식탁에서 벌이는 진동팬티 소동. 진동팬티 원격 조종기가 옆 테이블의 꼬마 손에 쥐어지고 꼬마가 이것을 작동하면서 애비는 온몸을 배배 꼬아가면서 어쩔 줄을 몰라 한다.
한편 마이크가 애비에게 남자 유혹하는 방법을 가르치다가 이 여자를 사랑하게 되는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일. 둘은 뒤늦게 서로가 서로를 사랑하고 있음을 깨닫는데 일단 헤어졌다가 열기구 비행 취재를 계기로 하늘에서 맺어진다. 전형적인 사탕발림과 같은 할리웃 로맨틱 코미디로 로버트 루케틱 감독. Sony. 전지역.
박흥진의 영화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