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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거 처지 옛 전남도청, 그 때 함성이 아련…

2009-05-01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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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18 민주화 운동의 중심 광주

망월동묘소 비문엔 “당신은 천사였소”
대안학교서 미국생활·국토종단 의미 강연


5월은 광주에게 특별한 달입니다.

1980년 5.18일. 민주 항쟁의 마지막 보루였던 전남도청을 찾아가 보았습니다. 도청은 무안으로 이전했고, 그 자리에는 ‘아시아 문화전당’을 짓기 위한 철거작업이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구 도청 본관 건물 벽에 철거를 반대한다는 현수막이 걸려 있습니다. 역사적 현장인 도청 별관을 보존해야 한다는 주장과, 철거해도 괜찮다는 주장이 첨예하게 맞서 있다고 합니다. 광주에 오기 전 신문에서 보았던, 항쟁 당시 부상으로 후유증을 앓던 5.18유공자들의 자살이 잇따르고 있다는 뉴스가 떠올랐습니다. 80년에 일어난 민주항쟁이 30년 가까운 세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현재 진행 중에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5.18 희생자들이 묻혀 있는 망월동 묘지를 찾았습니다. 사망자 154명 중 일부가 묻혀있는 곳입니다. 5.18당시 대표적인 유언비어의 하나였던, “계엄군이 임산부의 …”는 그 당사자도 여기에 묻혀 있다고 합니다. 임신 8개월 만삭의 몸으로 고등학교 교사였던 남편의 귀가를 기다리며 집 앞 길에 서있던 그녀는 칼이 아닌 계엄군의 총에 맞아 죽은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최미애씨입니다. 그녀의 묘를 찾아보았습니다. 비석 뒤편에는 “당신은 천사였소”라는 남편의 말이 새겨져 있었습니다. 이들의 죽음이 무엇을 의미하는가를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광주여, 이 나라의 십자가여!”라고 절규하던 김준태 시인의 시가 떠오릅니다. 꽃다발을 놓고 가는 사람들이 간혹 눈에 띕니다.

사망 154명, 행방불명 64명, 중 상93명이라는 공식통계를 보듯, 엄청난 이 일의 전말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채 30년이 가까워옵니다. 광주 학생사건을 비롯 역사의 고비마다 물꼬를 바꿔온 광주. 후세의 사가들이 5.18을 어떻게 평가할지 궁금합니다.

봄 산이 부드럽습니다. 양지쪽에 있는 나무보다 응달에서 추위를 견디어낸 나무가 먼저 싹을 틔워 봄을 맞이한다는 사실은 우리들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합니다.

광주는 의향이자 예향이라고 합니다. 웬만한 식당이나 다방에는 그림이나 글씨 한 점쯤은 걸려 있습니다. 광주비엔날레는 국내외적으로 널리 알려진 행사가 되어 있습니다. 이 지방 출신 판소리의 대가 임방울을 추억하고 국악을 전수하기 위한 작업도 진행 중이라고 했습니다.

산업화 과정에서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공업화가 덜된 탓에 오히려 오염이 덜된 깨끗한 자연을 보존할 수 있게 되어 웰빙시대를 맞아 각광을 받고 있다고 합니다. 생산공장은 기아자동차 정도입니다. 미래 산업으로 광산업 쪽에 일찍부터 관심을 두고 적잖은 돈을 투자해 왔는데 머잖아 실적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들 합니다.


2015년 하계 유니버시아드(세계 대학생체육대회) 대회 실사단이 광주를 방문한다는 뉴스가 이곳 신문에 대대적으로 보도되고 있습니다. 지난번 소련에 밀려 실패했기 때문에 이번에는 충분히 준비하여 대회를 반드시 유치하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광주는 무등산 아래 자리 잡은 도시입니다. 무등산은 이름에 나타나 있듯, 평등을 상징하는 산입니다. 차별 없는 세상,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을 꿈꾸는 사람들이 자연과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아름다운 도시입니다. 광주가 세상에 빛을 전해주는 도시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광주에 머무는 동안 대안학교인 광주 대신고등학교에서 의미있는 만남을 가졌습니다.

이 학교는 한창 공부할 시기에 고등학교를 마치지 못한 사람들이 모여 공부하는 곳입니다. 그래서 나이도 많습니다. 40대면 젊은 축에 속합니다. 50대, 60대 등 다양한 연령이지만, 배움의 열기는 오히려 어린 학생들보다 뜨겁습니다.

나는 150여명의 학생들이 참여한 가운데 강연을 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얻었습니다. 25년에 걸친 미국생활 경험과 국토종단 도보 순례에 나선 이유 등을 설명하는 동안 학생들이 진지한 표정으로 듣는 것이 인상깊었습니다.

그래서 말미에 “불굴의 의지로 배움의 길에 나선 여러분이 사회의 희망입니다”라며 “꿈을 가꾸고 있는 여러분들을 만나니 꼭 저의 그 시절을 보는 것 같습니다”라면서 큰절을 올렸더니 큰 박수로 화답해 줬습니다.

이 학교 김세빈 교장은 “환갑을 맞은 정씨가 국토 종단 도보순례에 나선 것도 장한 일이지만,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배우고자 찾아온 학생들에게 희망을 주는 메시지에 더욱 감동했습니다”라며 격려해 줬습니다.

광주 방문은 이렇게 저물어 가고 있었습니다. 내일 아침이면 전남 담양으로 길을 떠납니다.

정찬열
도보 국토 종단기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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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시내에서 바라본 아침의 무등산. 이 산은 광주의 어머니이자 정신이 담긴 명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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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현대사의 아픔을 담고 있는 광주 망월동 5.18묘지 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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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민주화 운동의 현장이어던 구 전남도청 앞. 건물 철거와 보존을 놓고 서로 의견이 맞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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