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건강칼럼/ 악몽

2009-04-28 (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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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석 정신과 전문의

문: 집사람이 올해 45세인데 한 6개월 전부터 밤에 자면서 소리 지르거나 울면서 깨었다가 다시 자는 일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몸이 허하면 그럴 수 있다는 얘기를 들어 한약방에 가 보약을 두 제 사다가 다려먹었으나 도움이 되지 않아 뉴욕에서 유명하다는 점쟁이를 찾아갔더니 악령이 끼어서 그렇다고 굿을 해야 된다고 합니다. 무당굿을 한바탕했는데 한 열흘 간 잘 자길래 해결된 줄 알고 안심했더니 며칠 전부터 다시 시작됐습니다.

답: 그동안 남편도 잠을 잘 못자서 고생이 많으셨겠습니다. 부인은 악몽에 시달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것은 마음이 편하지 않다는 증거입니다. 즉 크게 놀란 일이 있거나, 화나는 일이 있었거나, 억울한 일을 당했거나 했을 때 그 문제가 정신적으로 해결이 안 되어 마음의 평화를
되찾지 못하면 악몽을 꾸게 되고 마음이 편해질 때까지 계속됩니다. 가장 흔한 예가 전쟁터에 가서 동지가 죽는 것을 목격하고 겨우 살아난 경험이 있는 군인들한테서 가장 많이 볼 수 있습니다.


또 권총 강도를 당한 경우, 강간을 당한 여인, 길 건너다 차에 치었다 살아난 경우, 큰 사고로 중상을 입은 경우 등이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악몽뿐 아니라 다른 증상들이 함께 겹쳐 나옵니다. 즉 불면증, 불안공황증세, 우울증, 신체증상, 두통, 소화불량, 설사, 현기증 등이 나올 수 있습니다. 이런 증상을 정신과에서는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라는 진단명을 부칩니다. 물론 놀라거나 다치지 않아도 악몽만 주 증상으로 나올 수도 있습니다.

이전에 제가 치료한 한 환자는 남편하고 같이 사업해서 편하게 살다가 친구 한 명이 사업자금 좀 대서 먹고 살게 해달라고 애원하여 사업자금 일부를 꾸어 주었다가 경험없는 그 친구가 망해서 돈을 잃게 되자 자기네도 망할 지경이 되어 근심하더니 악몽으로 잠을 못 자게 되었습니다.
이같은 정신 문제가 해결되자 악몽 증상도 사라졌습니다. 따라서 한약 보약이나 무당굿이 도움이 될 수 없으며 정신과를 찾아 정신 문제를 해결하고 마음이 편해져야만 이러한 증상이 없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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