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늘 잘렸다. 셀러가 화났다. “오픈 하우스 반응이 어땠어요?” “우리 집이 왜 팔리지 않는 거죠?” 정직한 대답은 하나다. “가격이 너무 높다고들 합니다.” 셀러는 인정하고 싶지 않다. 우리 집은 은행 매물들과는 다르다. 당연하다. 내가 살아왔고 가꾸어온 정든 나의 집이니까.” “당신은 우리 집 가격을 자꾸 내리자고만 해.” 그래서 셀러는 화났고 리스팅 계약을 취소했다. 이것도 저것도 다 마음에 들지 않지만 가장 큰 이유는 내가 원할 때에 원하는 가격에 팔리지 않아서이다.
그러나 본인들도 집을 살 때는 싸고도 좋은 은행물건을 기대한다. 은행매물이란 집주인이 페이먼트를 하지 못해 은행에서 차압한 부동산이다. 소유주가 개인이 아니라 은행이라는 한 기관이 된다. 흔히 REO (Real Estate Owned)라고 한다. 은행은 차압경매를 통하여 소유권을 획득한다.
은행매물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현재 부동산 가격의 하락을 가속화하고 바이어들을 휘두르며 일반 셀러들을 절망케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첫째, 뭐니 뭐니 해도 낮은 가격이다. 예를 들면 사흘 만에 30개 이상의 오퍼가 쏟아져 들어와 48만달러에 팔리는 집을 29만달러에 시장에 내놓는다. 결국 89만달러에 팔리는 집을 77만5,000달러에 시장에 내놓는다. 시세보다 10~30% 이상 헐값으로 나오는 매물에 어느 바이어가 혹하지 않을까?
은행으로서는 부실자산 처리다. 보통 사람들처럼 정든 내 집도, 내 재산도 아니고 갖고 있으면 오히려 골칫덩어리, 관리도 힘들고 빈 집은 점점 망가져가고 무엇보다도 현금화 해야 하는 것이 은행 입장이다.
가격과 팔릴 수 있는 기회는 반비례한다. 더구나 여러 바이어들이 몰려들어 결국 받을 가격만큼 다 받는다. 단지 일반 셀러는 두려울 뿐이다. “그러다 싸게 팔리면 어떡해?” 은행은 이 두려움이 없는 것이 가장 큰 차이이다.
둘째, 은행매물의 경우 주인은 은행이고 파는 사람은 그 직원이거나 그런 부실자산을 의뢰 받아 일괄 처리해 주는 큰 회사의 직원이다. 더 받으나 덜 받으나 본인의 월급에는 차이가 없다. 단지 최선을 다해서 성실하게 본인의 임무를 다하면 된다. 사적인 감정이 개입할 여지가 없다. 일반 셀러들은 모든 것이 바로 살 떨리는 내 돈이다. 어찌 경쟁상대가 될 것인가?
셋째, 시간이 더 걸리기도 한다. 은행 직원들은 월요일부터 금요일 정해진 시간 그리고 주말에는 일을 하지 않으며 본인 혼자서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위로, 위로 결재를 받아야 한다. 일반 셀러들은 바로 바로 결정이 가능하다. 밤에도 주말에도 리스팅 에이전트를 만난다.
넷째, 은행매물은 일반매물과는 다른 형태로 세일이 진행되기도 한다. 가주 부동산협회에서 인증한 일반적인 매매 계약서를 쓰거나 쓰지 않기도 하며 본인들만의 독자적인 계약서가 따로 있을 수 있다. 은행 측이 건축물 자체나 다른 조건들을 보장하지 못하며 책임질 수 없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부동산을 직접 관리해 오거나 살아본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바이어 입장에서는 일반 매물보다 싸서 보는 이익과 수리비용을 미리 계산하고 저울질한다. 또한 오퍼를 쓰기 전에 건물에 대해 세밀하고 신중하게 조사해야 하며 본인 에이전트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집주인이 경제적으로 힘들어 은행에 집을 넘긴 것인 만큼 제대로 관리해 왔다고 보기 힘들거나 혹은 의도적으로 파손시키는 경우도 있다.
바로 이 때문에 일반 셀러들은 “그래도 우리 집은 은행 매물과는 달라요. 그래서 받을 가격 다 받아야죠”한다. 여기에 에이전트의 아픔이 있다. 수리비용까지 더해도 은행매물이 훨씬 싼 것을 어떡하라고. 일반 셀러에게는 너무 소중한 내 집, 내 재산이지만 바이어에게는 은행매물에 비해 턱없이 비싼 그래서 석달, 넉달째 혹은 1년째 팔리지 않는 남의 집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지금은 은행매물이 대세다. “우리 동네는 아니야” 현실을 부인한다 해서 내 집을 팔 수 있는 시장이 아니다. 부동산이 회복되어야 경기가 회복된다 하나 같이 올라가고 같이 떨어지는 듯하다. 얼마나 오래 갈까? 그동안은 화난 셀러에게 이렇게 가끔씩 잘리는 것도 당연하다. 그저 오바마 대통령이 뭔가 획기적인 경기부양책을 내놓기를 학수고대할 뿐이다.
서니 김
<리맥스 부동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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