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늘 하루 이 창 열지 않음닫기

구름 사이의 서밋 “참 아름다워라”

2009-03-27 (금)
크게 작게

▶ 킬리만자로 등정기 <14>

구름 사이의 서밋 “참 아름다워라”

구름 사이로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킬리만자로의 서밋.

구름 사이의 서밋 “참 아름다워라”

킬리만자로의 정상을 알리는 표지판. 수많은 하이커들이 이 표지판을 만지기 위해 죽을 고생을 하면서 이 산을 오른다.

정상엔 ‘Uhuru Peak 5 895m’ 허름한 푯말
“그 많은 하이커들, 이걸 만지려고…” 울컥
지치고 힘든 와중에도 댕스기빙 예배 드려


제일 먼저 한영세 대장이 우리를 반겨주셨다. 차례로 이미 와 계신 대원들이 수고했다며 우리를 안아주시고 반겨주신다.

그래! 해 낸 거야! 왕초보 아줌마인 내가 해 낸 거야!! 그 길로 그냥 쓰러져 누워버렸다. 차례로 Mrs. 한, 희수 언니, Steve, 박노익 선생님, 조영만 약사님이 정상을 밟으셨다. 다들 힘듦과 해냈다는 감동에 말이 없었다. 얼굴엔 기쁨이 가득했지만 이미 고소로 지쳐버린 몸이 말을 듣지 않는지 저마다 주저앉았다.


그 곳에는 2개의 장대에 4개의 나무 판때기를 박아 아프리카에서 제일 높은 ‘Uhuru Peak 5,895m’라는 팻말을 붙여놓았다. 이걸 만지기 위해 이곳에 왔구나~ 조금 쉬고 있으려니 K2의 외침이 들렸다.

“하 약사님 오세요” 응! 하 약사님이… 멀리 보니 누군가 걸어오고 계셨다.

아니! 더 놀라운 것은 고소로 초반에 고생하시던 조상하 원정단장님께서 왕언니와 함께 오시는 것이 아닌가!

우리 모두는 우리의 눈을 의심했다.

그렇게 고소로 힘들어 하시더니 어떻게 여기까지… 기적 같은 일이었다.

그 놀라운 정신력으로 정상까지 오른 것이었다. 역시 정상은 정신력으로 오른다더니 몸소 증명하신 거였다.

우리는 서로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리며 기뻐하였다.


그 힘드신 와중에도 올라오시자마자 오늘이 추수감사절이니 간단히 예배를 보자 신다. 아니! 이 상황에 웬 예배!

며칠 전부터 조 단장님께서 추수감사절에 정상에 오르게 되는데 특별한 날이니 우리가 간단히 예배를 보는 게 좋겠다고 늘 말씀하시곤 했었다. 그때는 그러자고 생각 없이 대답했었지만 지금은 솔직히 앉아서 예배 볼 기운도 없어 시큰둥하였다.

그걸 잊지 않고 계신 걸 보면 정신은 무척 맑으신 거다. 큰소리로 다들 모이게 하시더니 예배를 주관하시었다. 처음에 하 약사님께 기도를 부탁하셨다. 그런데 하 약사님도 고소이신가? 어떻게나 기도가 길어지시는지 모두들 고개를 떨어뜨리고는 반응이 없다. 아마도 하 약사님은 이 기도를 빌어 그동안 대원들을 위해 수고하신 분들을 일일이 거명하며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으셨던 모양이었다. 물론 그 맘은 알겠지만 지금 우리는 앉아 있는 것조차 버거운 사람들 아닌가…

“넓은 들에 익은 곡식~~”으로 시작하는 찬송가를 부른 후에 예배는 끝났다.

그리곤 단체사진을 찍었다.

이 증명사진! 우리에게 너무나도 소중한 사진이었다. 이 사진을 찍기 위해 우리는 그렇게 죽을힘을 다해 올라왔나 보다.

힘에 겨워 얼굴은 퉁퉁 부었고 억지로 웃느라 인상은 일그러져 우스꽝스런 모습이었지만 너무 감격스러운 순간이었다. 시간은 벌써 11시를 향하고 있었다. 예정보다 많이 늦어진 우리는 서둘러 하산을 시작했다. Uhuru Peak을 떠난 지 얼마되지 않아 또 한 사람이 오는 것이 보였다. 가까이 다가오니 김소연 약사님이셨다.

우리는 또 한 번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시간이 많이 지체되어 더 이상의 대원은 기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너무나도 자랑스러운 모습이셨다.

조 단장님께서 정상 사진을 찍어라며 porter에게 사진기를 전해 주고 우리는 먼저 하산을 하였다. 예정상 점심은 하산해서 먹기로 되어 있어 스낵 외엔 아무 것도 준비하지 않았고, 물도 거의 바닥난 상태이다. 예상보다 많은 시간을 소비했기 때문이다.

하산 길은 트레일을 따르지 않고 눈산에서 직벽치듯 모래가 섞여 있는 흙길을 그냥 무너뜨려 밟으며 내려오는 것이었다. 밟는 순간 모래흙에 발이 빠져 무릎에 힘이 갔다.

우리 모두는 다리에 힘이 풀려 걸음이 휘청거리고, 잠깐 스텝을 놓치면 넘어지기 일쑤였다. 뒤에서 보니 먼저 내려가는 Steve와 조 단장님은 걷기조차 힘든지 가이드가 부축해 내려가는 것이 보였다.

가이드들은 그룹마다 앞과 뒤를 지키며 우리의 하산 길을 안내했고 우리는 본능적으로 따라 움직였다. 우리의 에너지원 K2 역시 등산할 때 주변 사람을 돌보는데 에너지를 쏟은 탓인지 무척 힘들어하고 있었다.

문의: www.kaacla.com

양은형 총무
<재미한인산악회>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