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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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칼럼- 강요하지 않지만 중시하는 개념 ‘의리’

2009-03-19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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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은 팀웍으로 움직인다. 내 생각에 이것은 기업 경영의 진리다. 여기에 추가할 덕목들이 몇 가지 더 있는데, 그 중에서 가장 크게 여기는 것이 의리다. 그런데 의리는 정직이나 부지런함과는 달리 상대방에게 요구할 수 있는 개념이 아니다.

직원이나 에이전트를 선발할 때 의리를 평가 기준으로 삼을 수도 없다. 미국이건 한국이건 고용 시장에서 ‘너는 나(회사)를 배신하면 안 된다’는 식의 계약서나 다짐을 받아두는 것은 코미디다. 단지 그래 주었으면 하고 바랄 뿐이다. 그러니 의리라는 개념을 거론한다는 것 자체가 전근대적인 사고방식인지도 모른다.

나는 적어도 한번 맺은 인간관계는 남이 먼저 나를 버리지 않는 한 무덤까지 가지고 간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다. 의리를 강조하다 보면 물론 본의 아니게 피해를 입는 경우도 있다. 어떤 의리이든 회계 장부의 한 계정으로 본다면 심리적 우월의식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을 제외하면 항상 적자 계정일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의리를 지키는 사람은 존중을 받거나 바보 소리를 듣는다.


부동산회사에는 펄펄 나는 에이전트가 있는가 하면 한쪽에서는 이른바 ‘공’치고 있는 에이전트들도 있다. 뉴스타부동산도 그 점은 마찬가지다. 불평등이란 언제나 존재하기 마련이다. 돈이 없어서 광고를 제대로 하지 못하거나 요령을 몰라 헤매는 에이전트가 있을 경우 나는 회사의 오너로서 나름대로 최선을 다한다.

내 손님을 넘겨주고 함께 다니면서 많은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주며, 개인지도를 하듯이 부동산 중개 업무 노하우를 전수해 주기도 하고, 돈이 없어 광고를 못하면 현금을 빌려 주기도 했다. 부동산의 ‘부’자도 모르는 사람을 부동산 학교에 등록시켜 가르치고, 에스크로나 융자 감정사 등 유관 회사에 취업도 시키고, 또한 연결시켜 에이전트 업무를 볼 수 있게도 해주었다.

경영자로서 마땅히 할 일이었으나, 언제나 사람들과의 일이어서 결과가 뜻 같지 않을 때 섭섭한 감정을 느끼기도 한다. 단 몇 퍼센트의 커미션을 더 바라고 뉴스타부동산을 떠난 사람도 있고, 자신이 아니면 회사가 당장 망하기라도 하는 듯이 무리한 요구를 하고 행패를 부리는 경우도 있었다.

어떤 여자 에이전트의 입사 때를 한번 보자. 눈물이 눈에 가득한 체 “회장님 아이들 셋을 데리고 혼자 살면서 밥을 얼마나 굶었는지 이해 할 수 있냐?”고 “그 배고픔을 겪어 본 자만이 알 수 있다.”고… 맞다. 이해가 되었기에 못 받을 수 도 있는 씨드(seed) 돈을 몇천달러, 아니 몇만달러를 빌려 주었고 그러면서 그 에이전트는 자랐고 성장했다. 그리고 몇 년 후 다른 회사로 옮겼다. 먹고 살만하니 커미션도 회사에 내는 것이 아깝고 옆 에이전트가 꼴 보기 싫었단다. 말이 안 되는 말을 하고는 언제 굶었는지, 언제 회사를 이용했는지도 잊어버리고 뒤돌아섰다. 그러나 그렇게 지켜온 의리의 전체 대차대조표를 따져보면 역시 흑자라는 결론이 나온다. 당장은 손해지만 시간이 지나 훨씬 크고 아름답게 돌아오는 것이 의리의 대가였다.

세상에는 얼마나 많은 사람이 있는가?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보다 마음에 드는 사람이 훨씬 많다는 것이다. 나의 자산은 바로 그것이다. 매출 실적으로도 이미 상당한 성과를 올렸지만, 이 사업을 통해서 나는 사람을 남기기도 했다. 지금 뉴스타그룹에는 1988년 9월의 ‘리얼티월드 뉴스타’ 시절부터 나와 고락을 같이해 온 직원들이 적지 않다. 우리 그룹의 시작부터 그룹이 안정이 될때까지 밤낮으로 같이 뉴스타인으로 살면서 수고를 아끼지 않았던 전 오렌지카운티 한미노인회 최종호회장님을 비롯 경제호 선생님, 현재 뉴스타 그룹 부회장을 맡고 있는 조셉 김 부회장과 케빈 리씨, 스티브 김씨 등이 그들이다. 또 ERA로 프랜차이즈를 옮긴 이후부터 15여년 이상 동고동락하고 있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 김병주씨, 이수광씨, 앤디 조씨, 스티브 박씨, 로이 진씨 등 수십명에 이른다.

눈앞의 자그마한 이익을 좇아 철새처럼 옮겨 다니는 사람이 많은 부동산 중개업계에서 이렇게 21년 가까운 세월 동안 슬픔과 기쁨을 함께 나누어 왔다는 것은 경영자로서 큰 축복이다. 그분들이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다. 또 비록 초창기에 한두 번 마음이 흔들렸음에도 진심으로 포용하고 받아들여 결국은 영원한 뉴스타맨으로 거듭난 분들도 많이 있는데, 역시 그런 분들이 있어 오늘의 나와 회사가 있을 수 있었다.

뉴스타그룹에는 목사도 많았지만 회갑을 넘긴 직원들도 100여명이 넘는다. 미국이라는 나라가 취업에서 연령차별을 않는다 해도 자영업자가 아닌 이상 환갑을 넘긴 사람들이 일선에서 일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또 부동산업계에서도 나이 많은 사람을 은근히 내모는 경우가 많다.


뉴스타부동산에는 그런 일이 없다. 전 미주에 지점이 50개를 넘고 1,200명에 이르는 에이전트 왕국에서 나는 그럴 수는 없다고 본다. 현재 우리 회사의 최고령자는 1930년생인 최종호씨이다. 한국에서 느즈막히 미국에 들어 오셔서 뉴스타에서만 20년을 넘기셨고 지난 2년동안은 오렌지카운티의 노인회장님을 지낸 분으로 여전히 일선에서 활동하고 있다. 경제호씨, 김병주씨 등 고희를 넘긴 에이전트도 10여 명에 이르고 회갑을 넘긴 사람은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만큼 많다.

그분들이 건강이나 그 밖의 사정으로 스스로 회사를 그만두기 전에는 사무실이 비좁고 실적이 저조해도 책상을 비워 달라거나 은퇴를 요구하지 않을 생각이다. 어제가 없는 오늘이 없고 오늘이 없는 내일이 없듯이 그분들의 노력이 없었다면 오늘날의 미국 동포사회도 없고 뉴스타그룹도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새로 사귀는 사람보다는 옛날 사람이 좋듯이 지금도 뉴스타로 돌아오는 뉴스타인은 언제든지 반갑게 맞이하고 있다. 원래가 한번 뉴스타는 영원한 뉴스타라고 내가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원로들과 함께하는 것을 의아하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의리의 문제가 아니라 현실적으로도 회사에 이익이 된다. 무책임하고 게으른 젊은 에이전트보다 그들은 자상하고 부지런하고 책임감이 있어 고객들이 얼마나 좋아하는지 모른다. 나는 단 한 명의 직원이라도 놓치고 싶지 않다. 모든 사람들이 하루라도 더 함께 일하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러한 환경을 만드는 것이 기업주로서 내가 지켜가는 또 하나의 가치이고 철학이 아닐까 싶다.

남문기
<뉴스타 부동산 대표>

(213)999-4989

www.newstarrealty.com
ceo@newstarrealt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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