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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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치멘’(Watchmen)

2009-03-06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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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퍼히로의 피살, ‘워치멘’이 모였다

‘워치멘’(Watchmen)

닥터 맨해턴과 그의 애인 로리가 포옹하고 있다.


★★★

미소간 냉전이 뜨겁던 1980년 중반에 나온 동명의 그래픽 소설이 원작으로 소설 팬들은 즐길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얘기가 너무 복잡해 혼란스러울 것이다. 상영시간 161분에 어떻게나 많은 플롯을 집어넣었는지 이해하자니 숨이 막힐 지경이다.

수퍼히로의 얘기지만 사실은 영웅주의의 의미와 가치를 묻는 반영웅의 얘기로 내용이 매우 염세적이다. 유혈 폭력이 자심하고 여자의 노출된 젖가슴과 디지털로 푸른색으로 칠한 남자의 성기와 노골적인 섹스와 함께 사회정치적 의미와 철학적 의미심장한 뜻이 담긴 세상 종말에 관한 얘기다.


1985년. 고댐시에 사는 은퇴한 수퍼히로 코미디언이 괴한에 의해 살해되면서 닉슨에 의해 불법화된 ‘워치멘’이라고 알려진 코미디언의 옛 동료들이 재결합한다. 범죄와 싸우던 과거를 그리워하는 올빼미 모양의 옷을 입은 성적으로 또 심리적으로 반 임포상태인 나잇 아울(패트릭 윌슨), 그의 전 파트너로 움직이는 잉크점으로 얼룩지는 붕대로 얼굴을 싼 쉰 목소리의 반사회적인 로어샥(재키 얼 헤일리), 혼자 거대한 음모를 꾸미고 있는 골든 보이 오지맨디아스(매튜 굿) 그리고 억지로 수퍼히로가 된 섹시한 로리 주피터(말린 애커만)와 로리의 연인으로 온 몸이 푸른색인 나체의 닥터 맨해턴(빌리 크루덥)이 그들. 닥터 맨해턴은 정부가 전술용 무기로 제조했다가 사고로 파괴됐으나 수퍼파워를 재생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신적인 수퍼히로다. 이들이 코미디언의 죽음의 원인을 캐들어 가면서 각자의 기원과 그들의 세계관 등이 플래시백으로 묘사된다. 그런데 ‘워치멘’은 과연 세상을 악으로부터 구해낼 만한 가치가 있는가 하고 회의하는 수퍼히로들. ‘워치멘’ 중에서 로어샥만이 코미디언의 죽음이 자신들을 멸살하고 또 세계를 완전히 파괴하려는 어떤 음모와 연관되어 있다는 것을 파악한다.

이들이 사건을 풀어나가는 과정에서 피가 흐르고 폭력이 판을 치는데 굉장히 폭력적이다. 그리고 얘기는 지구뿐 아니라 닥터 맨해턴이 스스로 유배를 간 화성에서도 진행된다. 이 화성에서의 유리궁전을 비롯해 프로덕션 디자인과 시각 특수효과 등은 볼만하다. 그러나 인물들과 전체적 얘기가 충분히 개발되지 못한 협소함을 느끼게 된다. 연기는 영화 거의 대부분을 얼굴을 가린 채 나오는 얼 헤일리의 것이 인상적이다. 영화는 전체적으로 절망적인 분위를 띠다가 끝에 가서 싱겁게 만화식으로 마감된다. 잭 스나이더 감독(‘300’). R. WB. 전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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