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운틴 볼디와 자이언캐년 섞어놓은 듯
킬리만자로 산행로 매력에 갈수록 흠뻑
하나님이 우리의 산행을 보호해 주시나보다. 지난번 산제를 잘 지내서 이런 복을 주시나? 사실 질척거리는 옷으로 텐트에 드나드는 것은 여간 불편하고 번거로운 일이 아니기에 내심 비가 그쳤으면 하고 바라고 있던 차이다. 옷 사이로 스며든 비로 인해 한기가 들었다. 젖었던 옷을 갈아입고 따뜻하게 몸을 감싸주니 온몸이 나른하다. 모두들 별일 없이 둘째 날도 성공적으로 마치었다.
구름이 걷히며 보이는 산세는 정말 환상적이었다. 다른 큰 산이 구름을 휘감은 채 눈앞을 가로막고, 뒤로는 킬리만자로의 빙하(glacier)가 한눈에 들어왔다. 그 절경을 놓칠세라 저마다 사진 찍기에 분주하시다.
밖에서 보이는 원뿔모양의 전형적인 화산모양의 킬리만자로는 그리 크게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막상 산행을 하다 보니 그 웅장함에 역시 큰 산인 것을 실감하게 되었다.
몇날 며칠의 스케줄로도 그 일부만을 보게 되는 것이니 얼마나 큰 산이란 말인가! 지난번 아콩카구아에 다녀오신 분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씀이 산은 그 곳이 더욱 크지만 산세가 아름답기로는 여기만한 곳이 없다고 하신다. 그럼 도대체 아콩카구아는 얼마나 큰 산이란 말인가!
조금 지나니 갑자기 머리가 깨질듯 아파온다. 고소가 시작되는 모양이다. 아스피린 2알을 먹었는데도 두통이 가시지 않는다. 별수 없이 텐트에 들어가 누워야만 했다. 견딜 수 있으면 약을 안 먹고 버텨보려 생각했지만 역시 나에겐 무리인 모양이다. 이뇨제를 먹으면 밤새 여러 번 화장실을 가야 하는 불편함이 있어 가능한 한 버텨보고 싶었지만 지금은 선택의 여지가 없어졌다.
주의현 약사님도 점심부터 체하셨는지 아님 고소증세인지 컨디션이 안 좋으시다.
식사도 못 하시고 약을 드시며 힘겹게 이곳 캠프까지 오셨다. 고소증세는 사람마다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에 본인이 잘 판단하여 컨디션 조절을 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오늘 쉬시며 빨리 나으셔야 할 텐데…
내일부터는 본격적인 고산등반이다. 모두들 잘 해내야 할 텐데 긴장이 된다. 오늘도 어두움은 서산 밑으로 도망치듯 빨리 내려오고 있었다.
마치 거대한 볼디와 자이언 캐년 계곡을 섞어놓은 듯한 킬리만자로 등산로의 모습.
▲11월 25일
오늘은 시라 캠프(Shira Camp)서부터 라바 타워(Lava Tower)를 지나 바랑코 캠프(Barranco Camp)까지 가는 산행이다.
1만2,600피트(3,840m)에서 1만5,000피트(4,630m)까지 올라갔다 1만2,700피트(3,860m)로 내려오는 산행길이다.
고소적응을 위한 하이킹으로 거리는 9.4마일(15km), 예정 산행시간은 7시간 정도이다.
이곳의 생태계는 ‘semi-desert’이다.
어제의 비는 깨끗이 사라지고 화창하고 맑은 햇살이 우리의 아침을 맞는다.
출발하기 전 우리는 가이드, 포터, 요리사들과 함께 단체사진을 찍었다. 사진을 찍으려고 다들 모이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우리의 산행을 도와주는지 감사하고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출발을 하니 Mrs. 한이 얼른 앞으로 다가온다.
그녀는 이번 산행에서 나를 많이 놀라게 한다. 떠나기 전 개인사정으로 인해 한동안 훈련을 못한데다가, 오기 전 대상포진이란 병으로 몸까지 힘든 상태에서 이곳에 도착하였다. 본인도 잘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을 가졌고 나또한 내심 걱정을 했었다.
그러나 웬걸! 한 번도 선두 뒤에서 페이스를 놓친 적이 없었으며, 약한 듯 보이는 그녀의 강인한 체력과 정신력에 새삼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다. 그녀의 저력은 무궁무진한 모양이다.
라바 타워(Lava Tower)까지 가는 길은 가파르지 않아 편안했고, 화산폭발 때 날았던 용암의 파편들이 널리 펴져 작은 바위 바위로 되어버린 낮은 언덕이 이어졌다. 높지 않은 평지를 한참 지나다 보니 높이 우뚝 서있는 라바 타워가 한 눈에 들어왔다. 그 주변에서 유일하게 융기되어 솟아 있는 하나의 검은 바위산이다. “Shark’s Tooth”라고도 부른다는데 그리 날카로워 보이진 않았다.
타워가 보이는 곳에 앉아 점심식사를 하려니 제법 고도가 높아진 이곳은 역시 추위가 느껴진다. 두꺼운 재킷을 껴입고 가이드가 전해주는 뜨거운 꿀 차를 마시고 나니 몸에 한결 따뜻해진다.
시라 캠프를 출발하기 전 우리는 가이드, 포터, 요리사들과 함께 단체사진을 찍었다. 사진을 찍으려고 다들 모이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우리의 산행을 도와주는지 감사하고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문의:재미한인산악회 www.kaacl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