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웃 외신기자협회(HFPA)가 주는 제66회 골든 글로브상 각 부문 후보는 오는 11일에 발표되고 LA 영화비평가협회(LAFCA)는 오는 9일에 2008년도 각 부문 베스트를 선정한다. 오스카상 각 부문 후보는 내년 1월22일에야 발표되지만 지금 할리웃은 바야흐로 시상시즌에 접어들었다. 오스카상에서 작품상 다음으로 각광을 받는 부문이 남녀 주연상. 역대 이들 수상자나 수상 후보자들을 보면 많은 상이 실제 인물을 연기한 배우들에게 주어졌다.
닉슨 역 - 프랭크 란젤라
하비 밀크 역 - 션 펜
조지 W. 부시-조시 브롤린
체 게바라-베네시오 델 토로
여배우로는 앤젤리나 졸리 등
‘시상식 시즌’ 앞두고 관심
올해는 특히 이런 경향이 더욱 두드러진다. 우선 남자 주연상을 놓고 선두다툼을 벌이고 있는 두 배우가 오늘(5일) 개봉되는 ‘프로스트/닉슨’(Forst/Nixon-평 ‘위크엔드’판)에서 하야한 닉슨 역을 맡은 프랭크 란젤라와 ‘밀크’(Milk)에서 암살당한 샌프란시스코시 수퍼바이저 하비 밀크로 나온 션 펜.
다음으로 ‘W.’에서 부시 대통령으로 나온 조시 브롤린과 ‘체’(Che)에서 남미 혁명투사 체 게바라로 나온 베네시오 델 토로 등도 수상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수상 후보로 오르기에는 다소 약하지만 히틀러 암살 작전을 그린 ‘발키리’(Valkyrie)에서 주모자 독일군 대령으로 나온 탐 크루즈 역도 실제 인물이다.
이밖에도 대니얼 크레이그와 리에브 슈라이버가 각기 주·조연을 한 ‘도전’(Defiance)도 2차 대전 때 숲속에서 나치에 대항해 게릴라전을 벌였던 벨라루스의 비엘스키 형제의 얘기다.
여자 주연상 후보로 오를 것이 거의 분명한 ‘바뀐 아이’(Changeling)의 앤젤리나 졸리 역도 실제 인물. 졸리는 1920년대 LA에서 실제로 일어났던 유괴된 어린 아들의 어머니로 나와 부패한 LA 경찰과 시를 상대로 투쟁하는 맹렬한 연기를 했다. 평과 흥행 면에서 별로 좋지 못한 반응을 받은 ‘공작부인’(The Duchess)에서 영국의 디본셔 공작부인으로 나온 키라 나이틀리도 수상 후보로 거명되고 있으나 롱 샷.
실제 인물을 연기한 배우들에게 오스카상이 주어진 것은 오스카 초창기부터 있어온 일이다.
이런 역으로 제일 먼저 상을 탄 사람은 1929~30년 ‘디즈렐리’(Disraeli)에서 주연한 조지 알리스. 실제 인물 중에서도 정치가와 예술가 및 고상하거나 내외로 고통을 받는 사람으로 나온 배우들이 주로 상을 탔다.
1942년 작 ‘양키 두들 댄디’(Yankee Doodle Dandy)로 남자 주연상을 탄 제임스 캐그니는 미국의 유명한 가수요 댄서이며 또 작곡가이자 극작가이기도 했던 조지 M. 코핸으로 나왔었다. 제레미 아이언스는 ‘행운의 반전’(Reversal of Fortune·1990)에서 아내를 독살하고도 무죄 방면된 뒤틀린 성격의 소유자 클라우스 본 뷜로 역으로 주연상을 탔다.
오스카 초창기부터 1990년대 중반까지 모두 18명의 배우들이 실제 인물을 연기해 주연상을 탔다. 이런 경향은 근래 들어 더욱 증가하고 있다.
1999년부터 최근까지 실제 인물로 나와 상을 탄 남녀 배우는 총 11명. ‘남자는 울지 않는다’(Boys Don’t Cry)의 힐라리 스왱크, ‘에린 브로코비치’(Erin Brockovich)의 줄리아 로버츠, ‘피아니스트’(The Pianist)의 에이드리언 브로디, ‘세월’(The Hours)의 니콜 키드만, ‘괴물’(Monster)의 샬리즈 테론 및 ‘레이’(Ray)의 제이미 팍스 등이 그들.
지난 2006년과 2007년에는 남녀 주연상을 모두 실제 인물을 연기한 배우들이 가져갔다. 2006년 경우 남녀 주연상은 ‘카포티’(Capote)의 필립 시모어 하프만과 ‘워크 더 라인’(Walk the Line)에서 컨트리 싱어 자니 캐시의 아내이자 역시 가수인 준 카터 캐시로 나온 리스 위더스푼이 각기 탔다.
지난해에는 ‘스코틀랜드의 마지막 왕’(The Last King of Scotland)에서 이디 아민으로 나온 포레스트 위타커와 ‘여왕’(The Queen)에서 엘리자베스 II로 나온 헬렌 미렌이 각기 남녀 주연상을 탔다. 이런 기록이 올 들어 깨지면서 ‘장밋빛 인생’(La Vie en Rose)에서 프랑스의 샹송가수 에디트 피아프로 나온 마리옹 코티야르가 여자 주연상을 탔을 뿐이다.
그러면 왜 실제 얘기들이 많은 영화의 주제가 되는 것일까. 그것은 관객들이 영화를 보기도 전에 이미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광고할 필요도 없는 것이다.
한편 배우로서는 실제 인물을 그대로 모방하지 않고 표현한다는 것은 하나의 큰 도전이다. 훌륭한 배우가 위대한 인물을 제대로 묘사할 경우 그 연기는 관객을 감동시킬 뿐 아니라 상감이 되게 마련이다.
과거 연기상 수상자들을 보면 정치가와 군인 그리고 예술가로 나온 배우들이 대부분이고 여기에 약간 비정상적이거나 사악한 사람 역을 한 배우들이 추가된다. 올해 수상 후보들로 거론되는 배우들이 각기 닉슨과 밀크와 게바라 그리고 부시와 디본셔 공작부인 등 정치적 인물 역을 맡았다는 것을 보면 이를 알 수 있다.
<박흥진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