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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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레일리아’(Australia)

2008-11-28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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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흥진의 영화 이야기

★★½(5개 만점)

남편 잃은 젊은 귀부인“이젠 내가 소떼를 몰거야”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류의
역경 극복 정열적 서사 로맨스

불모의 드넓은 오스트레일리아 광야를 연상케 하는 거대하고 삭막한 시대착오적이요 너무 긴 멜로물이다. ‘물랑 루지’를 만든 호주 감독 바즈 루어만은 대중에게 거의 아첨하다시피 입맛을 맞추느라 옛 할리웃 영화의 다양한 장르를 마구 뒤섞어 놓았는데 욕심이 지나쳐 죽도 아니요 밥도 아닌 작품이 되었다.

그는 일종의 ‘바람과 함께 사리지다’와 같은 전쟁을 배경으로 한 두 남녀의 만남과 이별과 온갖 역경 끝의 재회라는 정열적 서사극 로맨스 영화를 만들려고 시도했으나 너무 잡다한 얘기를 하려고 한데다가 두 수퍼스타의 화학작용과 연기도 신통치가 않아 진부하고 어지럽고 감상적인 대형 졸작이 되었다. 끝나는가 하면 또 시작되고 끝나는가 하면 다시 시작되면서 관객의 진을 빼놓는데 스크루볼 코미디와 웨스턴(‘레드 리버’)과 ‘펄 하버’와 극적 로맨스 및 사회와 인종문제를 건드린 메시지 영화 등을 짬뽕한 영화다. 그리고 영화의 톤이 자주 급격히 뒤바뀌어 덜컹 덜컹 거린다. 루어만이 ‘물랑 루지’ 이후 7년만에 만든 제작비 1억5,000만달러짜리 이 영화가 과연 흥행서 어떤 성적을 올릴지 궁금하다.

영화는 일본군이 호주 북부 항구도시 다윈을 공격하기 얼마 전 총명하고 지혜로운 원주민과 백인 사이의 트기 소년 눌라(브랜던 월터스-착실한 연기를 하는데 이 아이가 영화에서 가장 볼만하다)의 해설로 진행된다. 영국의 예쁘고 젊은 귀부인 새라 애쉴리(니콜 기드만이 뻣뻣한 연기를 한다)가 호주 북부에서 파러웨이 다운스 목장을 경영하는 남편을 찾아온다. 그러나 남편이 누군가에 의해 살해돼 새라는 낡아빠진 집과 목장을 자신이 떠맡는다. 남편의 빚을 갚기 위해 새라는 소떼를 몰고 다윈에 가 이를 군납용으로 팔아야 하는데 문제는 누가 이 소떼를 몰고 가는가 하는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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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원주민 소녀 눌라의 해설로 진행된다.

그가 바로 한 곳과 한 여자에 정착하기를 거부하는 늠름한 체격에 호탕한 미남 드로버(휴 잭맨). 드로버와 새라에 눌라와 아시안 쿡과 술꾼 장부계원 등 7명이 소떼를 몰고 다윈을 향해 대장정을 떠난다. 도중에 액션과 모험이 벌어지고 당연히 새라와 드로버 사이엔 연정이 불붙는다. 이 과정서 믿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모를 장면이 원주민 할아버지 킹 조지(호주 원주민 베테런 배우 데이빗 걸필릴)의 정기를 받아 눌라가 절벽 끝에 서서 초능력으로 질주하는 소떼를 저지하는 것(킹 조지를 통해 영화에 초자연적 분위기를 가미한다).

후반부는 다윈에서 전개된다. 새라의 라이벌인 킹 카니(브라이언 브라운)와 그의 하수인 닐 플레처(데이빗 웬햄)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새라의 소 매매를 방해하려 든다. 그리고 눌라는 정부의 트기 분리정책에 의해 미션섬에 억류된다. 일본 폭격기가 다윈을 공격하고 루어만은 주인공 중 하나가 죽은 것처럼 관객을 우롱한다. 여하튼 이별과 작별과 재회가 계속되면서 마지막은 다시 파러웨이 다운스에서 끝난다. 컴퓨터 특수효과와 서술방식 등 영화는 엉망이지만 경치와 함께 호기심으로 볼 수는 있겠다.
PG-13. Fox. 전지역.

박흥진
hjpark@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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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떼를 몰고가다 사랑에 빠진 드로버(왼쪽)와 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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