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붓으로 쓴 믿음의 흔적들

2008-11-21 (금)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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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순의 나이에 붓으로 성경을 필사, 신구약을 완성한 함태현 집사(81.사진). 지난 96년부터 창세기 필사를 시작한 그는 최근 요한계시록까지 신구약 66권 전권을 40권의 한지책에 담는 큰 일을 마쳤다. 10여년이 넘게 성결 필사에 정진해 온 결과다. 더구나 펜이 아닌 먹을 갈고 붓으로 정성껏 써내려간 필사는 보통 정성이 아니면 불가능한 일. 글자마다 그가 손으로 써 내려간 믿음의 흔적들이 가득하다.
뉴욕 맨하탄 루스벨트 아일랜드에 거주하며 퀸즈 장로교회(강영춘 목사)에 출석중인 그는 “붓으로 성경을 한자 한자 써 내려 가다 보면 성경을 정독하며 마음에 새기는 그런 느낌”이라며 “하나님께 더욱 가까이 갈 수 있는 기회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도 매일 대여섯 시간씩 성경 필사에 정성을 다한다.
그가 성경 필사를 위해 구입한 한지책만 해도 수십권, 자꾸 써서 마모가 돼 구입한 세모필도 수십개는 족히 넘는다.
그는 87년 막내아들을 따라 미국에 오기 전 한국에서 대한석탄공사 체육부 총감독으로 25년간 근무했다. 이때 올림픽에 네 번이나 출전한 역도인 김해남 장로(요나 장로교회, MD 랜함 거주)와 인연이 시작돼 지금까지 이어 오고 있다. 김장로와의 만남을 위해 워싱턴 지역도 자주 방문한다. 김해남 장로는 “함집사가 주신 귀한 성경 필사본을 가보 성경으로 간직하겠다”고 말했다.
평북 용천이 고향으로 10남매 중 여덟째인 함집사는 47년 월남, 이북에 형제들과 조카들이 살고 있는 이산가족이다.
나이가 무색하게 컴퓨터에도 능숙한 그는 부인 함원숙 여사(80)와 함께 컴퓨터로 한국 드라마를 다운로드 받아 친구들에게 CD로 구워 나눠 주는 멋쟁이 실버 세대이기도 하다.
앞으로 건강이 허락하는 한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 처럼 먹을 갈아 붓으로 하나님 말씀을 정성껏 새기는 작업을 계속할 계획이다.
<정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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