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가을

2008-10-21 (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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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창호 공인세무사, VA

네 가슴은 쓸쓸한 사주(沙洲),
정열(情熱)은 호수(湖水)같이 물러가고
끝 맺지못한 이야기의
슬픈 묘표(墓標)만이 서있는…

꿈은 낙엽(落葉)이냐,
옷 자락에 묻은 붉은 피는
지워도 지워도 아니 지는
원한(怨恨)인가 보다.

(중략)…

-김동명의 시, 가을에서

김동명(金東鳴)의 ‘가을’ 이란 시의 일부입니다. 황무지같이 쓸쓸한 사주, 정열 호수같이 사라지고, 묘표, 지하의 넋들만이 끝맺지 못한 저들의 이야기들… 아, 과연 꿈이란 낙엽, 인생 또한 낙엽이 아니런가. 김동명 선생의 호는 초허(超虛), 일찍이 1900년대 강원도 명주에서 부친 김제옥 씨 와 모친 신석우 씨 사이에 태어난 선생은 어렸을 때 부친상을 당했습니다. 그러나 친구 현인규(玄仁圭) 씨에게서 보들레르의 시집 ‘악의 꽃’을 빌려 읽고 깊은 감명을 받은 것이 계기가 되어 ‘당신이 만약 내게 문을 열어주시면’을 ‘개벽’(1923년 10월호)에 발표함으로써 문단에 등단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초허 김동명 선생의 대표작으로는 ‘파초’, ‘수선화’, ‘내마음’, ‘나의 뜻’, ‘바다’ 등이 있습니다. 슬픈 묘표로 표시될 허무한 인생들. 가을의 낙엽이 더욱 그 뜻을 새롭게 해주는 듯 합니다. 김동명 선생이 1964년에 펴낸 ‘내마음’에 선생의 모든 시가 수록되어 있다고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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