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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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 인터뷰- 영화‘W.’ 대통령역 조시 브롤린

2008-10-17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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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개봉되는 올리버 스톤 감독의 영화 ‘W.’(영화평 ‘위크엔드’판)에서 조지 부시 대통령 역을 잘 소화해 낸 조시 브롤린(40)과의 인터뷰가 지난 7일 LA 베벌리힐스의 포시즌스 호텔서 있었다. 검은 상의 속에 검은 셔츠를 입은 준수한 모습의 브롤린은 질문에 유머를 섞어가며 직선적으로 대답했다. 처음에는 다소 긴장된 모습이었으나 시간이 가면서 편안해졌는데 농담을 할 때면 얼굴을 붉혔다.

<박흥진 편집위원>

“부시 역할, 병이 날 정도로 힘들었어요”


부시에 대해 수없이 연구
때론 어릿광대 같다는 생각
젊은 부시 땐 체중 줄이고
나중엔 늘리느라 애먹어
유명하신 나의 장모님도
영화 보시곤 넋 잃고 감동

-당신의 장모(바브라 스트라이샌드-열렬한 민주당원)가 당신이 부시 역을 맡는 것에 반대했다는 말이 있는데.

▲그건 순 거짓말이다. 그녀는 이 영화를 어젯밤에 봤는데 완전히 넋을 잃을 정도로 감동했다.

-부시 역 하기가 얼마나 힘들었는가.

▲정말 힘들었다. 거의 병이 날 정도였다. 올리버와 나는 매일 같이 제 각각 다른 8편을 편집했다. 보다 우스운 것과 보다 슬픈 것과 또 보다 풍자적인 것 등 여러 가지로 만들었는데 결국 이것이 가장 좋다고 결정했다.

-영화에서 부시는 샌드위치 등을 계속해서 먹는데 왜 먹는 장면이 그렇게 많은가.

▲부시를 관찰하면 그가 항상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그는 항상 무언가를 한다. 먹는 것도 그와 같은 맥락에서 보면 된다. 참고로 난 영화를 촬영하면서 모두 15개의 샌드위치를 먹었다. 나는 이 영화에서 젊은 부시로 나올 때는 체중을 줄였다가 대통령 부시 역을 위해 급격히 체중을 늘리느라고 매일 빅맥과 바나나를 각기 12개 정도 먹었다.


-영화를 보니 정신 나간 꼭두각시 같은 부시를 많이 봐준 것 같은데.

▲이 영화는 부시라는 인물을 인간적으로 그렸다. 결코 그를 봐 준 것이 아니다. 우리는 그가 인간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그리고 부시는 이미 국민들로부터 기소를 당했다. 처음에 90%였던 인기도가 23%로 떨어진 것이 이를 나타낸다. 그를 계속해 기소하자면 여러분 모두가 적극적으로 나서 항의해야 한다.

-부시를 연기하면서 그에 대한 당신의 개인감정을 억제하기가 얼마나 힘들
었는가.

▲그를 연기하기 위해서는 부시라는 인물에 대한 평가를 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때 그 때 상황에 따라야 한다. 이 영화는 부시를 21세에서 58세까지 다뤄 나는 여러 다른 면으로 그를 묘사했다.

-배우인 당신의 아버지(제임스 브롤린)가 유명 스타이듯 대통령 부시도 역시 아버지가 대통령이었다. 둘 다 성공한 아버지의 그림자 밑에서 크면서 자신의 힘으로 독립하려고 애썼는데 그런 면에서 당신과 부시는 비슷한 점이라도 있는가.

▲나는 16세까지는 아버지의 그늘 밑에서 자랐다. 그러나 난 반드시 배우가 되고 싶었던 것은 아니다. 나는 역을 위해 노트북을 들고 다니며 부시와 나의 같은 점과 다른 점에 대해 연구를 했다. 우리 둘이 매우 같은 점은 우리가 다 시골 목장생활을 좋아한다는 것이다. 그는 텍사스 출신이고 나는 중가주 해변의 말과 농작물을 키우는 곳에서 왔다. 둘 다 시골식 사고방식을 지녔다. 우리는 모두 서로가 굉장히 닮은 아버지를 가졌을 뿐 아니라 강하다는 점에서 어머니들도 서로 비슷하다.

-왜 이 영화는 미 대통령 선거에 임박해 개봉되는가.

▲마케팅 전략이다(웃음). 이 영화가 이번 선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나는 모른다. 어떤 사람들은 내게 와 영화가 선거 직전에 나와 기쁘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영화로 보다 많은 사람들이 투표한다면 멋진 일이다. 그러나 이런 것 외에도 영화가 재미있고 잘 만들어진 것이라면 그 밑에 깔린 지적인 면에 관계없이 사람들이 볼 것이다.

-정식 연기수업이 배우들에게 도움이 되는가 아니면 그저 타고난 재능이면 족한가.

▲연기 수업이 반드시 도움이 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나로서는 올리버와 코엔 형제와 함께 일하는 것이 연기수업이다. 나는 내게 도전하는 사람들과 일하기를 좋아한다. 배우에게 중요한 것은 행동에 대한 집념이다. 그런 면에서 올리버가 최고의 연기수업이라고 하겠다. 그는 사람들이 왜 어떤 행동을 하고 또 무엇이 사람들을 자극시키는가에 대해 알려고 한다. 나도 마찬가지로 올리버와의 4개월간은 완벽한 결합이었다.

-이 역을 맡기 전에 망설였으며 궁극적으로 왜 승낙했는가.

▲처음에 많이 망설였다. 올리버가 함께 일하기 힘든 사람이라는 소문과 함께 아직도 백악관에 있으며 매일 같이 CNN을 통해 볼 수 있는 사람의 역을 맡아야 할 이유가 무엇이며 또 누가 그런 영화를 볼 것인가에 대해 자문했다. 그러나 각본을 읽고 나는 완전히 내용에 사로 잡혔다. 그리고 크게 겁이 났다. 이 역은 내 생애 가장 충족스러운 것이며 가장 큰 도전이었다.

-역을 맡으면서 무엇이 해야 할 점이고 무엇이 해선 안 될 점이었나.

▲해선 안 될 점은 없었다. 나는 영화에 나올 때면 모든 것에 대해 나를 개방한다. 그리고 나는 끊임없이 내 자신에게 묻는데 그것은 고된 작업이다.

-당신은 이제 비로소 목적지에 도착했다고 생각하는가.

▲이제 보다 많이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이 좋다. 나 자신에게 과거와 달리 범세계적 수준에서 도전할 기회가 주어졌다는 사실이 기쁘다. 나는 연기와 얘기하기를 좋아한다. 연기를 안 할 때면 글을 쓰고 글을 안 쓸 때면 감독을 한다.

-부시를 연기하면서 그를 감탄할 만한 사실이라도 찾았는가.

▲그는 생애 많은 도전을 겪었다. 그가 아버지에 의해 잘못 판단됐다고 생각한다. 내가 감탄하는 것은 그가 나이 40에 자기 삶이 바르게 나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금주를 하고 예수와 깊은 관계를 맺으면서 보다 나은 사람이 됐다는 점이다.

-부시 역을 끝내고 그를 당신에게서 떨쳐버리기까지 얼마나 걸렸는가.

▲힘들었다. 역에 모든 초점을 맞췄기 때문인데 최근에서야 그에게서 떠날 수 있었다. 영화를 다 찍은 뒤에도 내 아이들에게 농담을 할 때면 부시가 하는 것 같아 아이들로부터 그만하라는 소리를 들었다.

-부시 역을 위해 그의 행동과 모습을 많이 연구했는가.

▲많이 했지만 그를 그대로 모방하고 싶지는 않았다. 수많은 비디오를 보면서 당신들이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많이 연구했다. 그리고 내가 아는 한 우리는 불상사를 당하지 않기 위해 모든 사실을 일일이 점검했다. 언젠가 부시가 이 영화를 보기를 바란다. 그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매우 궁금하다. 그는 슬픈 인물이자 때로 어릿광대 같다.

-올리버 스톤은 어떤 사람인가.

▲그는 매우 민감한 사람이다. 내가 그에 관해 들은 악소문과는 전연 다른 사람이었다. 그가 성질부리는 것을 한 번도 못 봤다. 미디어가 그에 대해 모질게 굴고 있다. 우리는 마치 네안데르탈인들이 손에 든 뼈로 예술을 창작하듯 이 영화를 만들었다.

-분장을 어떻게 했는가.

▲부시를 만날 기회가 있었으나 그러지 않기로 결정했다. 부시의 모습과 똑같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되면 사람들의 관심을 오히려 영화에서 빼앗아 갈 수 있기 때문이다.

-부시는 40세에 재생했고 당신도 지금 40세다. 소감은.

▲내 생애 큰 변화는 38세 때 시작됐다. 나는 그것에 대해 지극히 감사하고 있다(‘노인들을 위한 땅이 아니다’ 출연을 의미한다). 보다 많은 선택을 할 수 있게 됐다. 그보다 전에 이 변화가 오지 않은 것에 감사한다. 1년에 1편 정도 영화에 나오면서 집에서 아이들과 함께 있을 수 있었다는 것은 내게 큰 의미가 있다. 아이들이 성장한 이제 내 마음대로 작품 선택을 할 수 있게 된 것은 축복이다. 코엔 형제와 리들리 스캇과 올리버 스톤과 일을 했다는 것이 믿기 힘들 정도다.

-부시는 정치와 종교의 오염매체로 묘사됐는데 당신의 종교관은.

▲백악관에서의 기도는 예부터 있어온 일이다. 나는 부시가 예수와 개인적 관계를 맺고 있으며 예수가 그를 음주 및 여러 나쁜 면으로부터 구원해 줬다고 생각한다. 내가 우려하는 것은 복음주의 운동이 정치 속으로 파고들고 있는 현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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