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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레인저스전서 4안타 몰아치며
8연속 200안타 고지에 ‘-10’ 앞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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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애틀 매리너스의 올해 농사는 진작에 끝났다. 시즌 초반 일찌감치 꼴찌 자리에 주저앉더니 끝종을 칠 때가 다 되도록 일어설 줄 모른다. 10일 현재 57승87패로 아메리칸리그 웨스트 디비전 맨 밑바닥이다. 남은 16게임을 다 이겨봤자 반타작 승율에 턱없이 모자란다.
매리너스의 일본산 간판타자 이치로 스즈키 방망이에도 올해 흉년이 들 뻔했다. 전반기에 까닭모를 부진으로 전매특허인 안타생산이 매끄럽지 못했다. ‘못쳐도 3할’이랄 정도로 고공비행을 했던 그의 타율은 주로 2할6,7,8,9푼대 어디쯤에서 허덕거렸다. 그게 흉한 성적은 물론 아니다. 작년까지의 이치로에 비하자면, 1,700만달러가 넘는 그의 연봉에 비하자면, 안타제조기란 그의 별명에 비하자면 옹색한 수확이란 뜻이다.
실로 이치로의 커리어는 화려했다. 일본 프로야구 오릭스 유니폼을 입고 난생처음 프로야구인이 돼 교체멤버로 간간이 필드에 나섰던 1993년(43게임 64타석 12안타, 타율 1할8푼8리)만 빼고, 1994년부터 2000년까지 오릭스에서 7년, 2001년부터 2007년까지 시애틀에서 7년, 도합 14년동안 시즌 타율이 3할대를 밑돈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굳이 일본 7년과 미국 7년의 차이를 찾자면 일본에서는 타율(데뷔 첫해의 낮은 기록을 포함한 8년 통산타율 3할5푼3리)로 미국에서는 안타 대량생산(7년 연속 200안타 이상)으로 더 어필했다고 할까.
그랬던 이치로의 올해 안타생산이 저조하고 매리너스마저 바닥을 헤매자, 성마른 ‘입’들은 이치로의 한계론을 들먹였다. 한술 더 떠 매리너스가 살아나려면 이치로 의존도를 버려야 한다는 등 방출론이 나돌기도 했다.
이치로는 이치로다. 후반기에 접어들며 잠깨어난 다람쥐처럼 사뿐사뿐 치고 달려온 이치로는 전반기 같으면 불가능의 언덕으로 보였던 8년 연속 200안타 고지에 성큼 다가섰다. 특히 10일 텍사스 레인저스와의 홈경기에서는 그 이전 6게임에서의 잠시부진을 벌충하듯 5차례 타석에 등장해 4안타를 몰아쳤다. 이날 현재 그는 144게임 608타석 190안타(그중 5홈런) 93득점을 기록중이다. 타율은 3할을 훌쩍 넘어 3할1푼3리다. 이런 추세라면 200안타 100득점 쌍봉우리 동반정복(현재 타율이 유지될 경우의 추정치 214안타, 105득점)은 불문가지다.
이치로가 8연속 200안타를 친다면 메이저리그판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인 1894년부터 1901년까지 윌리 킬러가 세운 기록과 타이를 이룬다. 그냥 8연속 200안타가 아니다. 데뷔시즌부터 8연속이다. 107년 시차를 둔 두 기록을 맞비교하는데는 주의가 필요하다. 경기수는 많아졌고 룰은 달라졌다. 무엇보다 메이저리그는 지금과 달리 동부 몇 개주에서만, 그것도 백인들만 하는 야구판이었다. 때문에 보는 각도에 따라 위 킬러와 이치로의 안타생산성은 달리 보일 수 있다. 경기수가 많아진 것에 주목한다면 킬러의 기록이 더 크게 보인다. 킬러의 타격기회가 적었기 때문이다. 킬러 시절 메이저리그가 동부백인리그였다는 점에 주목한다면 이치로의 기록이 더 나아 보인다. 이치로의 이동거리가 훨씬 길어 체력소모가 더 많기 때문이다.
어쨌든 이치로는 이치로다. 난데없는 큰 부상 등 악재가 터지지 않는 한, 이치로의 8연속 대기록 작성은 말릴 수 없는 상황이 돼가고 있다. 정규시즌 끝종까지 게임은 18번이나 남았고, 200안타 고지까지 쳐야 할 안타는 10개밖에 안남았다. 10일 레인저스와의 경기 뒤 이치로는 손 끝에 잡힐 듯한 대기록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그것은 내게 항상 명확한 목표였다. 그러니 내가 분발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정태수 기자> tsjeong@korea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