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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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산세가 걱정이네”

2008-05-29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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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들 다 커서 작은 집으로 옮기려 해도

아이들이 장성해 집에서 나가고 큰 집에 부부 둘만 남았을 때, 작은 집으로 이사를 계획한다. 아이들도 다 키워 좋은 학군도 필요 없고 이젠 평화롭고 공기 좋은 곳의 자그마한 집으로 옮겨가고 싶다. 집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줄이는 이런 꿈은 대부분 어렵지 않게 이룰 수 있다. 그러나 간혹 재산세가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현재 사는 집보다 매입하려는 집의 가격이 크게 낮다면 별 문제가 안 되지만 거의 비슷하게 고가인 경우 새로 매입하는 주택에 대한 재산세가 많다면 고정적인 수입이 적은 노년에게는 상당한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재산세 때문에 집을 옮기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특히 주택 가격이 지난 붐 시절동안 크게 올라 옮겨 가려는 집이 크기는 작지만 가격은 결코 싸지 않은 경우 매입 가격에 따라 부과되는 재산세는 무시할 수 없는 장애물로 떠오르게 된다.

아담한 은퇴거처라도 높은 시가로 재산세 더 많을 수도
은퇴 주택 마련시 재산세 감면 프로포지션 60 이용토록
같은 카운티 내에서 사면 재산세 현재 대로 낼 수 있어
55세 이상으로 매입 가격이 판매가격과 같거나 낮아야


맨해턴 비치에 거주하는 베이비부머 잔 오스텐(62), 로즈(61) 부부가 좋은 예. 맨해턴비치의 해변에서 좀 들어간 나무 많은 동네의 3,000스퀘어피트 주택에서 살았던 이 부부는 자녀들이 장성해 나가자 젊었을 때 한때 살았던 해변가로 옮겨가 서핑과 달리기, 자전거를 타는 생활을 즐기고 싶었다.
마침 해변가에 아담한 집을 찾아 좋았는데 한가지 걱정이 있었다. 현재의 큰 집을 팔면 해변의 집을 살 수는 있지만 재산세가 엄청 올라갈 것 같았다. 현재의 집은 시가는 88만달러지만 재산세는 18년 전 매입할 때와 거의 비슷한 22만달러에 대해 과세가 이뤄지고 있어 새 집으로 이사 갈 경우 재산세가 새 집 매입가(약 88만 달러)에 대해 부과돼 거의 4배나 오를 것으로 계산됐다.
그러나 그것은 캘리포니아주의 프로포지션 60을 몰라서 한 걱정이었다.
프로포지션 60은 1986년 캘리포니아 주민 표결로 통과된 수정법안인데 55세 이상 홈 오너가 같은 카운티 안에서 집을 팔고 같은 가격 또는 이보다 낮은 가격의 다른 집을 살 경우 현 주택에 적용한 재산세 과세 표준을 새 집으로 이전하여 적용시킬 수 있도록 하는 법이다.
오스텐 부부의 경우 해변의 작은 집으로 이사를 가도 지금 내고 있는 재산세 만큼만 내면 된다. 대단히 큰 재산세 감면이 주어지는 것이다.
프로포지션 60이 허용하는 재산세 감면을 받기 위해서는 같은 카운티 내에서 거래가 이뤄져야 하며 2년 안에 거래가 이뤄져야 한다.
재산세 감면은 1990년 통과된 프로포지션 110에 따라 55세 이상이 아니라도 신체장애 홈오너에게도 주어진다.
또 1988년에는 프로포지션 90이 통과돼 다른 카운티로 옮기더라도 프로포지션 60에 참여하는 카운티로 옮기는 경우에는 감면 혜택이 주어진다.
프로포지션 60 등에 근거한 재산세 감면 혜택은 베이비부머들의 은퇴 주택 매입에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많은 베이비부머들이 은퇴 이후 큰 집을 팔고 골프장이나 호수 비치 주변의 작은 집으로 옮겨 라이프스타일 중심의 삶을 추구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같은 규정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아 관련 규정을 잘 아는 에이전트와 에스크로 회사와 협력할 필요가 있다.
프로포지션 60에는 여러 가지 제한이 있다. 싱글이든 부부 중 한사람이든 원래 부동산을 파는 시점에서 최소 55세가 돼야 한다. 또 새로 매입하는 부동산은 주된 거주 주택이어야 하며 원래 부동산과 시장가격이 같거나 작아야 한다. 또 새 부동산은 원래 주택을 판매한 뒤 2년 내에 매입 또는 신축해야 한다. 또 일생에 단 한번만 주어지는 혜택이므로 언제 이를 이용할 것인지를 잘 선택해야 한다.
또 프로포지션 60은 오직 같은 카운티 내에서 이뤄진 부동산 거래에서만 적용된다.
재산세 감면 혜택을 다른 카운티로도 넓히는 프로포지션 90은 현재 별 인기가 없다. 현재 프로포지션 90에 참여하고 있는 카운티는 캘리포니아 내에서 알라메다, LA, 오렌지, 샌타 클라라, 샌디에고, 샌 마테오, 벤추라 등 7개 카운티 뿐이다. 캘리포니아 내 58개 카운티 중 오직 7개 카운티만 카운티 간 과세표준 이전을 허용하고 있으며 몇 개 카운티는 처음에 받아들였다가 세수 감소로 철회하는 추세다.
따라서 55세 이상으로 남가주의 벤추라와 LA, 오렌지, 샌디에고 카운티로 옮겨갈 때는 기존 과세 표준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지만, 은퇴지로 인기 있는 리버사이드 카운티의 코첼라 밸리(팜스프링스와 랜초 미라지, 팜데저트, 라퀸등의 도시를 포함)나 샌 버나디노 카운티의 산간 휴양지역, 샌 프란시스코 베이 지역으로 옮겨 갈 경우에는 혜택을 받을 수 없다.
리버사이드 카운티는 프로포지션 90을 실시하지 않고 있다. 한때 시행해 1990년에서 95년 사이 한해 평균 1,200내지 1,500건의 신청서를 접수했으나 재산세 수입 감소로 지난 1995년부터 시행치 않고 있다.
리버사이드 카운티가 프로포지션 90을 철회함으로써 팜스프링스 등 인근 은퇴 커뮤니티가 큰 피해를 보고 있다는 불만이 높다. 팜스프링스의 부동산 에이전트 라나 피어스는 “재산세 감면 혜택이 없어 은퇴자들의 이 지역 유입을 가로 막고 있다”며 “은퇴자들은 수입이 한정돼 높은 재산세 과세 표준을 감당할 수 없어 이사 오려고 해도 들어올 수가 없는 실정”이라고 비난했다.
팜스프링스 동남쪽 라퀸타의 한 에이전트도 잠재적 바이어로부터 전화가 걸려오지만 프로포지션 90이 이 지역에서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는 바이어들이 분노한다고 전했다. 반면 샌 버나디노 카운티는 조만간 프로포지션 90을 허용하는 8번째 카운티가 된다. 5년간 재산세 감면 프로그램을 실시하는 법안이 마련돼 조만간 실시되게 된다. 비록 5년간 한시적인 조치지만 이 지역으로 많은 베이비부머들을 끌어들일 수 있을 것으로 카운티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주판매세를 관장하는 조세형평국의 미셀 스틸 위원은 “많은 카운티 정부가 프로포지션 90을 세수 손실로만 파악할 뿐 잠재적 이점을 도외시하고 있다”며 “재산세 감면을 통해 은퇴자를 지원하는 한편 로컬 비즈니스 지원과 차압 해소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케빈 손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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