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집중진단/ 유학생들 한국 ‘유턴’ 실태] 고환율·비자 강화에 유학·취업 포기 줄잇는다

2026-02-24 (화) 12:00:00 한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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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학비 연간 수천만원↑”
▶ 비자 까다롭고 심사 강화

▶ 졸업해도 H-1B 취업 막혀
▶ 유학생 10여년새 ‘반토막’

한국에서 LA에 유학을 와 대학을 졸업한 20대 한인 김모씨는 미국에서 석사과정을 이어갈 생각이었으나 그 계획을 접고 한국으로 귀국하기로 했다. 엔지니어링을 전공해 석사학위를 따면 미국내 기업에 취업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지만, 갈수록 어려워지는 현실의 벽은 만만치 않았다. 학비, 주거비, 기타 비용까지 합치면 연간 수만달러가 필요했고, 고환율과 미국내 물가상승으로 부담은 갈수록 커지기만 했다.

김씨는 한국 ‘유턴’을 결심한 가장 큰 이유로 미국 취업에 대한 확신이 흔들린 점을 들었다. 먼저 학업을 마친 지인들이 취업에 어려움을 겪거나 기업의 감원으로 일자리를 잃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내에서는 미국 학위의 가치가 예전만 못하다는 이야기도 자주 들려왔다. 결국 한국으로 돌아가 가족 사업을 돕는 동시에 한국내 취업을 준비하는 쪽을 선택했다.

김씨의 경우처럼 미국내 한인 유학생들이 학업을 중도에 포기하거나 미국내 진학·취업 계획을 접는 사례가 줄을 잇고 있다. 최근 수년새 환율이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는데다 물가도 급등해 미국 체류 및 학업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고, 또 트럼프 2기 출범 이후 반이민 정책 강화 속에 유학 및 취업 비자 심사 강화로 체류 신분에 대한 불확실성이 심화돼왔기 때문이다.


이같은 사례는 부지기수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지난 2023년 미국내 주립대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한 이모(28)씨는 지난해 7월 한국으로 귀국했다. 그는 “H-1B 비자 추첨에서 두 번 낙방하고 나니 대안이 없었다”고 밝혔다. STEM(과학·기술·공학·수학) 전공자에게 주어지는 3년의 OPT 기간이 있었지만, 기업들이 비자 스폰서를 꺼리면서 취업 문이 좁아진 탓에 짐을 싸야 했다는 것이다. 이씨는 “작년 하반기부터 빅테크 기업들이 대규모 해고를 단행하면서 신입 비자 스폰서는 사실상 ‘올스톱’ 상태였다”며 “중소 IT 기업에 합격했지만 H-1B 추첨에서 두 번 떨어지자 더 버틸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LA 지역 대학에 아들을 유학 보낸 박모(55)씨도 최근 아들의 귀국을 결정했다고 전했다. 생명공학을 전공하는 아들을 대학원까지 진학시키는 것이 목표였지만, 치솟은 환율 탓에 계획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박씨는 “노후 자금으로 생각해 둔 아파트 담보 대출까지 고민하다가 결국 ‘학사만 마치고 돌아오라’고 설득했다”며 “아들도 현실을 이해하고 귀국을 택했다”고 밝혔다.

뉴욕의 대학에서 디자인을 전공하던 김모(24)씨는 3학년을 마친 뒤 지난해 6월 휴학을 택했다. 김씨는 “처음 유학을 갔던 해에는 환율이 1,200원대였는데 어느새 1,400원을 넘나들면서 연간 학비와 생활비를 합치면 부모님이 보내주시는 원화 기준으로 1년에 4,000만원 이상이 더 들어가는 셈이 됐다”고 했다. 이어 “월세를 아끼기 위해 외곽 지역으로 이사까지 고민했지만 통학 시간과 안전 문제를 생각하면 쉽지 않았다”며 “결국 부모님과 상의 끝에 잠시 한국으로 돌아가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는 4년제 대학에 국한되지 않는다. 커뮤니티 칼리지에 다니던 박모(23)씨도 비슷한 이유로 학업을 접었다. 박씨는 “환율이 오르니 커뮤니티 칼리지 학비조차 한국 사립대 등록금보다 비싸졌다”며 결국 한국 대학 편입 시험을 준비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미국내 한인 유학생 감소는 수치로도 나타난다. 한국 교육부에 따르면 작년 4월 기준 해외 고등교육기관에 재학 중인 한국인 유학생은 12만9,713명이다.

2011년 정점(26만2,465명) 이후 14년 만에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유학·연수 관련 해외 지급액도 감소했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유학·연수 지급액은 2010년 44억8,800만 달러에서 작년 30억5,270만 달러로 줄었다.

앞서 국제교육연구소(IIE)가 작년 미국 내 828개 고등교육기관을 대상으로 집계한 통계에 따르면, 신규 국제학생 등록이 줄었다고 응답한 기관이 약 57%였으며, 그중 96%는 감소 요인으로 ‘비자 신청 관련 우려’를 지목했다.

한 유학원 관계자는 “고환율이나 비자 문제 때문에 아예 유학 계획을 접는 경우가 많다”며 “유학 시장이 많이 위축되어 있는 상태”라고 밝혔다.

<한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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